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KOVO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KOVO 제공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1라운드는 ‘악몽’이었다. 2025 여수·농협컵 우승으로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정규리그가 개막하자 현실은 냉혹했다. 1승 5패 승점 5로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7개 구단 감독 중 5명이 IBK기업은행을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이소영(31)을 영입하고, 리베로 임명옥(39)을 보강하면서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컵대회에서도 9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우승 DNA’가 살아났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력뿐 아니라 외적 악재까지 겹치며 삐걱거렸다.

가장 뼈아픈 건 부상이다. 이소영은 지난 10월 기흥체육관에서 진행된 훈련 중 착지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가 탈구되며 인근 근육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 이후 결국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계약 해지를 요청하며 팀을 떠났다. 2년 연속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는 불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세터 김하경(29)마저 지난 7일 흥국생명전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최소 3~4주 이탈이 불가피하다. 경기 도중 블로킹 후 착지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발을 밟으며 부상을 당했다. 경기 조율의 핵심이 빠지면서 전력의 균형이 무너졌다. 세터진은 박은서(25)와 최연진(19)이 급히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경험 부족이 뚜렷하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김하경. /KOVO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김하경. /KOVO 제공

IBK기업은행은 현재 외국인 공격수 빅토리아(25)의 고군분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 공격까지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컵대회에서 활약했던 육서영(24)은 상대 서브가 집중되면 수비가 흔들리며 공격 효율도 떨어지고, 황민경(35)은 수비 안정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블로킹 높이와 공격력에서 한계가 있다.

이소영의 이탈로 인해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업도 불완전하다. 현재 킨켈라(23), 육서영, 황민경 3명이 돌아가며 코트를 채우지만, 각각의 약점이 뚜렷하다. 특히 킨켈라는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체력 관리가 필요해 경기별 컨디션 조절이 필수적이다. 전력의 완성도가 떨어진 만큼 경기 상황에 따른 세밀한 로테이션 운용이 승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2라운드 첫 경기인 14일 GS칼텍스전은 사실상 시즌 초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패한다면 5연패의 늪에 빠지며 팀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주전 세터 김하경이 복귀하기 전까지 얼마나 버티느냐가 반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만약 2라운드에서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선두권과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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