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30 “못 받을 연금” vs 5060 “마지막 안전망”
세대갈등 핵심 ‘기금 고갈’ 불안
기금 운용 성과로 신뢰 회복 가능성 솔솔
국민연금 제도를 둘러싼 세대 갈등의 핵심은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이다. 젊은 세대는 연금이 고갈돼 내가 받을 몫은 없을 것이라는 불신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 제도를 둘러싼 세대 갈등의 핵심은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이다. 젊은 세대는 연금이 고갈돼 내가 받을 몫은 없을 것이라는 불신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내가 낸 돈, 돌려 받을 수 있을까.”

2030세대가 국민연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다. 반면 이미 수급 중인 고령층에게 국민연금은 노후의 마지막 안전망이다. 같은 제도 아래에 있지만 세대별 체감은 정반대다. 세대 간 불평등이 누적되면서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국민 절반 이상 “국민연금 신뢰하지 않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5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55.7%로 ‘신뢰한다’는 응답(44.3%)보다 높았다. 모노리서치를 통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령별로 보면 50대(55.8%)와 60대 이상(62.9%)은 신뢰도가 높은 반면, 20대(30.8%), 30대(25.3%), 40대(42.6%)는 신뢰 수준이 크게 낮았다. 국민연금이 ‘내 노후의 안전망’이라고 느끼는 세대와 ‘내가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19세 이상 국민 71.5%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혹은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으며 주된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58.5%)인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예금·적금(16.9%) ▲직역연금(8.1%) ▲사적연금(5.0%) ▲부동산 운용(3.9%) 순이었다.

보험료 부담에 대한 체감도 세대 간 인식 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납부자 10명 중 7명(69.7%)이 소득에 비해 보험료가 부담된다고 응답했으며 ‘보통’은 25.6%,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였다. 

또 지난 4월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내년부터 매년 0.5%p씩 13%까지 인상) 모수개혁에 대해 응답자의 73.4%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9.7%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향해야 할 국민연금제도 개선의 최우선 원칙으로는 응답자의 30.7%가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꼽았다. ‘세대 간 공정성 확보’(27.6%)와 ‘충분한 노후소득 보장’(18.4%)은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국민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제시된 만큼 지속적인 운용 효율화가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민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제시된 만큼 지속적인 운용 효율화가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 국민연금 수익률 고공행진…신뢰 회복 단초 될까 

국민연금 제도를 둘러싼 세대 갈등의 핵심은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이다. 젊은 세대는 연금이 고갈돼 내가 받을 몫은 없을 것이라는 불신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제시된 만큼 지속적인 운용 효율화가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성적표는 그 어느 때보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의 잠정 운용수익률은 8.22%로, 최근 3년 평균(6.98%)과 기금 설치 이후 연평균(6.82%)을 모두 웃돌았다. 

특히 국내 주식이 36.43%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수익률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수익률은 8.61%, 채권 및 대체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운용성과에 힘입어 국민연금기금의 총자산은 1322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 1200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10개월 만에 약 200조원이 늘어났다. 특히 국민연금이 사상 처음으로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공격적인 운용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연 6.5%의 운용수익률을 달성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2090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도 고무적이다. 이는 기존 2057년 예상보다 33년 늦춰진 수치다.

수익률을 연 6.5%로 가정한 추정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 역시 기존 2041년에서 2070년으로 약 29년 연장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 개선이 제도 신뢰 회복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수익률이 당장의 재정 건전성에는 긍정적이지만 근본적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투명성과 세대 간 공정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층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향후 보험료율 인상이나 지급연령 조정 등 개혁 과제가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크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효율적 운용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향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성과보다는 제도적 확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운용성과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대별 부담과 혜택이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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