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2026년 자유계약(FA) 시장이 열렸지만 ‘1호 계약’ 소식이 없다. 예년과 달리 시장 초반부터 정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유격수 박찬호(KIA 타이거즈)의 거취가 전체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 부상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2026년 FA 승인 선수 21명을 발표했다. 김현수·박해민(LG 트윈스), 손아섭·김범수(한화 이글스), 강민호·김태훈·이승현(삼성 라이온즈), 최원준(NC 다이노스), 강백호·장성우·황재균(KT 위즈), 김상수(롯데 자이언츠), 양현종·이준영·조상우·한승택·박찬호·최형우(KIA), 이영하·최원준·조수행(두산 베어스)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9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팀과 협상할 수 있다. 규약에 따라 각 구단은 외부 FA를 최대 3명까지 영입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개장 이후 11일 오전까지 계약 발표는 없다. 과거에는 시장 개장 하루 안에 전준우(2023년), 우규민·최정(2024년)처럼 첫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구단들이 대형 계약을 경계하며 신중한 접근을 택하는 모습이다.
이 침묵의 중심에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박찬호가 있다. 그는 이번 시장 최고의 유격수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2024년 연봉 4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영입 구단은 연봉의 200%(9억)와 보호선수 외 1명 또는 연봉의 300%(13억5000만원)를 KIA에 보상해야 한다. 이 조건을 고려하면 4년 90~100억원대 계약이 유력하다.
박찬호 쟁탈전은 이미 과열 양상이다. KIA는 잔류에 집중하고 있지만 롯데·KT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서울 연고 구단 한 곳까지 가세하며 사실상 4파전이 형성됐다. 동시에 KIA는 박찬호 외에도 조상우·이준영·양현종·최형우·한승택 등 6명의 내부 FA 관리까지 겹쳐 협상이 더뎌지고 있다.
박찬호의 가치는 수비에서 가장 빛난다.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 포구·송구, 흐름 판단력, 돌발 상황 대응력까지 갖췄고, 7년 연속 130경기 이상 출장하며 내구성도 입증했다. 실책이 줄며 수비력은 정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타격에서도 타율 0.287, 출루율 0.363, OPS 0.722로 안정적이고, 27도루로 주루 기여도도 높다. 이런 가치가 겹치며 몸값은 더 치솟고 있다. 유격수 FA 최고액인 LG 오지환의 6년 124억원과 비교하며 박찬호 몸값이 4년 80억~100억 원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에서는 ‘100억설’이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백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며 국내 협상에 미뤄두고 있는 점도 시장 정체를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박찬호는 다수 구단이 적극적으로 경쟁하는 만큼 21명 중 가장 먼저 행선지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FA 시장은 박찬호 중심의 장기 탐색전과 경쟁 구도 속에서 예년보다 더 복잡한 초반 흐름을 보인다. 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 역시 그의 계약 규모와 타이밍에 달려 있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