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부산)=신희재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의 두 간판 공격수들이 첫 부산 장거리 원정에 상반된 반응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9일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OK저축은행과 원정 경기에서 3-1(25-22 25-20 23-25 25-22)로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3위에서 1위(4승 1패·승점 12)로 올라섰고, OK저축은행은 5위(2승 4패·승점 7)를 유지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부산 연고 이전 후 홈 개막전을 치르는 OK저축은행 상대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며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아포짓 스파이커 카일 러셀(34점)과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22점)이 무려 56점을 합작해 팀의 선두 도약을 이끌었다. 둘은 경기 후 나란히 수훈선수 자격으로 인터뷰실에 방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화두는 대한항공의 컨디션 관리 방법이었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을 클럽하우스로 사용한다. 부산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로 무려 5시간 30분을 이동해야 했다.
V리그 남자부 7개팀은 OK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과 충청권을 연고지로 사용한다. 향후 OK저축은행 원정을 떠나는 팀들은 부산 장거리 원정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역시 용인에 클럽하우스가 있는 홈팀 OK저축은행 또한 예외는 없다. 이날 경기 전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이틀 전 출발했는데 점심을 먹고 오니 부산까지 5시간이 걸렸다. 키 큰 선수들은 (장거리 이동이) 무릎 관절에 안 좋다. 피로도와 컨디션을 생각해야 한다"며 홈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관리에 신경 쓸 것이라 강조했다.
정지석 또한 신영철 감독과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취재진이 첫 부산 원정을 맞아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묻자 "OK저축은행도 그랬다고 들었는데, 이동시간이 걱정돼 이틀 전부터 움직였다"며 "휴게소를 두 번 들렀다. 중간에 스트레칭도 했다. 5시간 30분은 힘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비행기 회사라 (비행기 이동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지석은 버스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묻자 "우등석이라 좋은 의자도 있고 괜찮다. 다만 나는 발 받침대를 써서 (부상 이력이 있는) 허리에 부담을 줄이려 했다. 또 최대한 정자세로 앉으려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러셀은 정지석과 동일한 질문에 정반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정지석은 한국에서 뛰었으니 못 느끼겠지만, 나는 유럽에서 뛰어보니 6시간 이동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만 정지석의 발언 취지에 대해선 공감했다. 러셀은 "6시간 거리가 2시간으로 줄어들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며 "정지석이 잘 설명했듯 선수들은 버스 안에서 각자 루틴대로 체력 관리를 잘했다. 이틀 전에 내려와서 버스로 이동한 날은 쉬고, 다음 날부터 경기에 준비할 수 있게 몰입한 게 (승리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둘은 V리그 새 식구가 된 부산시에 대해서도 덕담을 남겼다. 정지석은 "배구가 처음 열리는 날이라 (팀이 아닌) 플레이를 응원해 주신 것 같았다. 그래서 원정 같은 느낌보다는 KOVO컵 중립 경기장 같은 느낌이었다"며 "인원이 4000명(4270명)인 걸 끝나고 알았다. 팬분들이 많이 오셔서 선수들 입장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뿜어나와 재밌었다"고 미소 지었다.
러셀은 "부산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첫 홈 경기여서 많은 팬들 앞에서 뛸 수 있어 재밌었다. 경기장 자체가 배구하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관중이 많은 걸 좋아해서 도움이 됐다. 에너지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신희재 기자 gale032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