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중시' 경영철학 바탕, '미래기술육성사업' 12년간 지원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삼성이 12년간 1조14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성과를 집대성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2025 애뉴얼 포럼(Annual Forum)'을 7일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이번 포럼은 지난 12년간의 지원 성과를 공유하고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미래 기술의 방향을 모색하는 교류의 장으로 펼쳐졌다.
삼성은 연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까지 돕는 독자적인 모델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를 배출하고 갤럭시 워치 신기능을 탑재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민간 주도 R&D 혁신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 '1.14조 지원'… 12년간 이어진 '기술보국' 철학, 혁신 생태계 이끌다
삼성의 '기술중시' 경영철학을 상징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은 2013년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기초과학 연구지원 사업으로 시작됐다. 1.5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난 12년간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복합 등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총 880개의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약 1조 141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91개 기관 소속 1200여명의 교수를 포함, 1만6000명에 달하는 연구 인력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삼성은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실험 장비와 재료비 등을 꾸준히 지원하며 국가 과학 인재 생태계 확산에 기여해왔다.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포럼에는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국회 및 학계 주요 인사, 연구진 등 약 400명이 참석했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을 넘어 세계적인 과학기술인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첫 외부 공개를 통해 교류의 폭을 넓히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 연구에서 창업까지 'End-to-End' 지원… 갤워치 AI 수면코치∙코스닥 상장사 배출
미래기술육성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비 지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은 과제 선정부터 성과 극대화, 기술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End-to-End' 육성 패키지를 제공한다. 전문가 멘토링과 산업계 기술교류를 통해 현재까지 총 65개 연구 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지난 7월 코스닥에 상장한 '프로티나'다. 2014년부터 5년간 지원을 받은 윤태영 서울대 교수는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는 고속 항체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의 기초를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티나를 창업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력해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재경 KAIST 교수의 생체시계 수학적 모델링 연구는 '갤럭시 워치8'에 탑재된 AI 수면 관리 기능 'AI 수면코치'로 상용화됐다. 또한 데이터센터 병목 현상을 해결할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연구한 김장우 서울대 교수는 2022년 '망고부스트'를 창업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하는 등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기초연구가 어떻게 산업적 가치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 '표준우주론'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10대 유망기술로 미래를 논하다
올해 포럼에서는 '미래과학기술 포럼'이 신설되어 미래 기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측 결과와 '표준 우주론'의 불일치를 규명하는 경희대 전명원 교수의 순수 과학 연구부터, 마비 환자 치료를 위한 DGIST 조용철 교수의 신경 재생 연구까지 폭넓은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공동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세션은 미래 산업의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가 됐다. 10대 유망기술로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스마트 열관리 솔루션 ▲AI 기반 배터리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컴퓨팅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꼽혔다. 이는 삼성이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이자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럼에 참석한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젊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성장할 기회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