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카드’ ESS 수요, 매출 전환 시점·수익성 수준 등 한계
저가동률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지속…향후 경영 판도 관심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전기차용 셀과 양극재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에 대한 미국 수입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이에 따라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미국 내 생산비용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 후 심화된 미국 전기차(EV) 수요 둔화 흐름은 여전한 상황이다.
증설 이후 가동에 들어간 배터리 공장들 고정비 부담을 고려하면 관세 인하만으로 수익성 회복이나 신용지표 개선을 노리기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향후 흐름이 주목된다.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발간한 ‘한미 무역협상 합의에 따른 매크로 및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관세 인하 조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조달 소재 대부분이 한국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미국 내 생산법인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등 원재료를 거의 전량 한국에서 조달해 왔다. 기존 25%에 달하던 관세가 제품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온 셈이다.
관세가 15%로 인하될 경우 셀 업체 입장에선 수입 비용이 낮아져 제조원가가 줄어든다. 또 동일한 제품 가격 기준으로 마진 방어가 보다 수월해진다.
특히 일부 업체가 현지 생산이 아닌 모듈 조립 단계까지만 맡는 상황에서는 원가 절감 효과가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 완성차업체들의 비용 부담 경감 역시 배터리사 입장에선 우호적 신호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관세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대신 인센티브나 할인 전략을 통해 IRA 보조금 공백을 메워왔다. IRA 구매보조금은 지난 9월 30일부로 조기 종료됐다. 이후 미국 내 EV 수요는 뚜렷한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완성차업체들에 적용되는 관세가 낮아지면 기존보다 더 넓은 재량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칠 여지가 생긴다.
결국 이런 정책은 다시 배터리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 셀 업체들로선 전방 수요 위축을 단기적으로나마 상당 부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 미국 EV 시장 자체의 성장 동력이 꺾인 구조적 문제가 빠른 시일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IRA 종료 이후 완성차 브랜드들의 수익성 관점에서 EV 생산 확대 유인은 한층 약해졌다. 내연기관(ICE) 및 하이브리드(HEV)차 대비 전기차 수익성이 낮다는 점에서 생산량 조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최근 수 년 간 북미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으로 공장 증설을 추진해 왔지만 정작 가동률이 기대보다 미치지 못하면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 사업은 설비 기반 산업인 만큼 단위당 고정비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가동률이 저조한 상태가 이어지면 신용지표상 이자보상배수나 레버리지 등 주요 재무지표도 악화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용 중대형전지 수요 둔화 보완 카드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ESS 수요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및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배터리 3사는 관련 수주 계약을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다만 ESS 매출은 통상 수주 후 납기까지 상당 기간 시차가 존재한다. 또 시스템 패키징이나 납품 기준 등이 전기차와는 달라 생산 대응 효율성도 떨어진다.
더불어 ESS는 전기차용 원통형·파우치형 배터리보다 평균 단가가 낮고 프로젝트 수익성 역시 지역·용도별 편차가 큰 단점이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셀 3사 수익성 방어 카드로 쓰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성장성이 높은 ESS 시장을 대안으로 확보, 중단기 업황 부진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ESS 수주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EV 부문 물량 감소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