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온도 알고리즘, 초고압 증기 제어까지
잡곡·저당밥 열풍...실리콘 밥솥도 출시
건강경영과 가전 시장의 교차점 역할
저속노화와 웰에이징 트렌드에 맞춰 주방가전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세운 밥솥으로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쿠첸
저속노화와 웰에이징 트렌드에 맞춰 주방가전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세운 밥솥으로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쿠첸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늦게 늙고 건강하게 즐긴다’는 의미로 최근 확산 중인 저속노화와 웰에이징 트렌드 중심에 ‘밥상’이 있다. 각 주방가전 기업들은 이 트렌드에 맞춘 기능을 장착한 신제품들을 발빠르게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개인의 회복력과 자기 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식단을 몸 관리의 첫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소비층이 급격히 늘었다. 혈당과 체중, 장기적 세포 건강까지 고려한 식생활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쿠첸이 최근 실시한 ‘건강관리 현황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60대 656명 중 절반 이상(50.5%)이 건강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식습관’을 꼽았다. ‘규칙적인 운동(24.7%)’, ‘충분한 수면(15.2%)’보다도 앞섰다. 

응답자의 82.9%는 ‘잡곡 섭취가 건강한 식습관에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중 52.6%는 주 3~4회 이상 잡곡밥을 섭취하고 있었으며 70.1%는 혈당·체중 관리 효과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잡곡밥이 과거처럼 건강식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닌 실질적 자기관리 도구로 소비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 같은 소비 행태 변화는 곧장 주방가전 시장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첸은 올해 7월 자사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한 ‘123 밥솥’을 출시했다. 국내 최고 수준인 2.2기압, 123도 초고온 기술을 적용해 잡곡 특유의 거친 질감을 개선했다.

자사 실험 결과 기존 2.1기압 대비 식감이 42% 향상됐고 취사시간은 27분에서 19분으로 단축됐다. 또 귀리·파로·카무트·병아리콩·흑미 등 주요 잡곡 전용 모드를 지원하고 농협양곡과 공동으로 개발한 혼합잡곡 5종(저당·활력·지혜·슬림·튼튼잡곡)별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사용자는 간편하게 혈당 조절 혹은 단백질 보강 목적 등에 맞춘 맞춤형 밥을 선택할 수 있다.

내솥에는 의료용 프리미엄 소재 STS 316Ti가 사용돼 위생성과 내구성을 높였다. 쿠첸은 “소비자들이 식습관 관리를 건강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술로 ‘건강한 밥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쿠쿠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공세를 강화 중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된 ‘미식컬렉션 저당 밥솥’은 밥 짓는 과정에서 전분을 줄이는 워터 슬루핑 공정을 자동화한 제품으로 일반 백미 대비 최대 39% 혈당 상승 억제 효과를 인증받았다. 식이섬유와 영양소는 유지하면서 밥 속 당 성분만 낮추는 기술이 특징이다.

쿠쿠는 해당 라인을 통해 ‘맛과 건강을 모두 잡는 밥솥’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자사 저당밥솥군 매출은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40대 여성과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높았다. ‘헬시플레저’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식단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다.

건강 트렌드는 밥솥 소재와 구조 혁신도 이끌고 있다.  주방용품 브랜드 실리프랑은 최근 실리콘 재질의 ‘실리콘 저당밥솥’을 선보였다. 전기 없이 전자레인지로 밥을 지으며 물 순환 구조로 전분을 분리해 당 함량을 줄인다. 주로 1~2인 가구나 혼밥족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고당 식단’의 문제를 간편한 조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호평받았다.

스타트업 브랜드 테이슬로는 ‘IoT 저당밥솥’으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내부 센서가 식재료 무게와 수분량을 자동 분석해 취사 조건을 자동 최적화하고 앱을 통해 섭취 탄수화물량과 혈당 지수를 기록·관리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혈당 예측 기능도 실험 단계다. 실사용자 후기에서는 “혈당 스파이크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저속노화 및 웰에이징 트렌드는 이제 기업 전략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주방가전 기업들은 ‘건강 기능’의 범위를 기존 영양 중심에서 생리적 회복력, 대사 관리, 체성분 유지로 넓히고 있다. 제품을 통한 ‘식습관 데이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식생활 데이터를 활용한 건강 콘텐츠, 구독형 맞춤 식단 서비스 등과 결합한 생태계 구축도 확산 중이다.

실제 쿠쿠와 LG전자는 각각 건강식단 구독 스타트업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밥솥 판매를 넘어 건강 데이터 기반의 지속 수익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소비자의 건강 의식은 개인적 관심을 넘어 생활 시스템 수준으로 발말했다”며 “밥솥의 기술 경쟁은 이제 맛과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혈당·노화관리·영양 밸런스까지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경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주방가전 기업 관계자 역시 “잡곡밥, 저당밥, 온도 알고리즘, 초고압 증기 제어 등 기술의 방향은 저속노화를 위한 식습관 혁신이 ‘밥 한 공기의 과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건강한 식탁이 저속노화의 첫 걸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밥솥이 주방가전을 넘어 ‘건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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