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문 오코글로벌 대표
전유문 오코글로벌 대표

| 한스경제 | 영수는 은행 대리로서 매일 수많은 숫자를 다루고, 고객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통장을 마주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처 중 한 명인 중장비 사업자가 솔깃한 제안을 들고 왔다. 그의 사업은 탄탄해 보였고, 오랫동안 거래하며 쌓인 신뢰가 있었다. 그는 영수에게 3억원으로 포크레인을 사서 맡기면, 매월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3억원을 투자해 월 3000만원이라니, 연 120%의 수익률. 정상적인 금융 상품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수익이었다.

물론 영수는 은행원으로서 이런 고수익의 이면에는 높은 위험이 숨어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는 안일함과 '혹시나'하는 탐욕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 사업자가 가진 중장비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당장 눈앞에서 펼쳐질 엄청난 수익의 유혹은, 영수가 수년간 쌓아온 금융 지식과 윤리 의식을 잠시 접어두게 만들었다. 그렇게, 영수는 적금을 깨고 대출까지 받아 그의 제안에 응해 포크레인의 주인이 됐다.

첫 두 달은 꿈만 같았다.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꽂히는 3000만원은, 평범한 월급쟁이인 영수에게 재정적 자유라는 달콤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1년만 지나면 원금을 다 회수하고 그 후에는 매월 3000만원의 수익! 동료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과, 곧 불어날 자산에 대한 기대감에 취해영수는 스스로를 '성공적인 투자자'로 착각했다.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행복은 딱 두 달이었다. 세 번째 달이 되었을 때 약속된 입금일은 조용히 지나갔다. 불안한 마음에 사업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고,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는 흔적도 없이 행적을 감췄다. 믿었던 거래처의 배신과 함께, 영수의 3억 원, 그리고 매달 3000만원을 벌어다 준다던 '가상의 포크레인'은 한순간에 차가운 현실이 되어 날아갔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명백한  사기의 전형이었다. 탐욕은 이성을 흐리게 했고, '너무 좋은 것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외면한 결과였다.

이 사건은 영수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금융의 세계에서 신뢰도 중요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고수익에는 반드시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안전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탐욕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음의 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영수는 자신을 향한 자괴감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취한 결과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전유문 오코글로벌 대표, 전 KB국민은행 지점장, 채권시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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