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출범 6년만에 3분기 영업익 1조538억원 달성
LNG운반선 위주 고부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
방산 부문에 역량 집중...美·동남아·남미까지 진출
‘컨’선 위주 발주...中 가격경쟁력·인력·품질 저하 극복해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 경기 호황과 고선가에 수주한 물량의 매출 인식 확대로 출범 6년 만에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상선 부문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친환경 컨테이너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자리를 잡았고 ‘마스가’(MASGA) 프로젝트·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특수선 사업 부문도 높은 시장 잠재력에 기인, HD한국조선해양의 호실적이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닌 ‘질적 개선의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선·특수선 부문 모두 해외 진출 및 협력, 현지 생산 거점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흔히 ‘물들어 올 때 노를 더 젓는다’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올해 컨테이너선만 나홀로 신조 발주가 이뤄지면서 중국 조선소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촏대형 프로젝트를 중국에 내주는 사례가 있었고 장기적으로 수익성 둔화 우려마저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7조5815억원, 영업이익 1조53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4%, 164.5% 증가한 수치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선 부문 생산성 향상 ▲고선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엔진기계 부문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 등이 3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다.

조선 부문은 6조19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8.9% 늘어난 8658억원을 달성했다.

LNG운반선과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종의 매출 반영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LNG 프로젝트 승인 재개로 향후 100척 정도의 LNG운반선 신조 발주 수요가 예상된다”며 “LNG선 중심의 고수익 구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2분기 기준 LNG선 매출 비중은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 3분기 실적을 보면 HD현대중공업은 매출 4조4179억원, 영업이익 5573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도 각각 매출 1조9665억원과 1조3003억원, 영업이익은 3064억원과 2008억원을 달성하며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특히 HD현대미포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7%, 470.5% 늘어났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은 방산(특수선) 부문에서의 공격적인 전략 수립 및 시행이 유독 눈에 띤다. 지난달 말 HD현대는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의 공동 건조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콘퍼런스콜에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동안 협력해 온 헌팅턴 잉걸스와 공동으로 제안서에 참여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방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오는 12월 1일 통합 출범시킬 예정이다. 통합 법인은 군함·특수선 건조 라인을 일원화하고 설계·조립 공정을 효율화해 생산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ECO와의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HD현대는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로 하고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외 생산 거점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의 HD현대베트남조선과 필리핀 수빅에 위치한 HD현대필리핀조선소를 해외 조선소로 확보해 중소형 탱커(유조선)를 수주, 현지의 경쟁력 있는 노동력과 결합해 중국에 빼앗긴 해당 선종의 탈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법인인 ‘두산에너빌리티베트남(두산비나)’을 2900억원에 인수했다. 베트남 중부 다낭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산비나는 화력발전 보일러, 항만 크레인, LNG 플랜트 모듈을 생산해 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수 후 기존 두산비나에서 영위하던 사업을 지속 유지하는 한편 이곳을 독립형 탱크 제작 기지 및 아시아 지역 내 항만 크레인 사업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해외 경영활동 반경은 아시아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 본사에서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 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해 남미 해군의 대형 잠수함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LOI에 따라 양사는 연내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울산 조선소에서 기본·상세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시마조선소와 함께 다목적 호위함·초계함·상륙지원함 등 함정 4척을 공동 건조 중이며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뿐 아니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도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컨테이너선 중심의 신조 발주가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수익성 둔화 우려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고부가 선종의 대명사인 LNG선 발주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로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고 있으며 수주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선주사들이 중국에 지속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이유는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CMA CGM은 올해 초 HD현대중공업에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척당 2억1500만달러, 총 25억8000만달러에 발주했다. 이와 동시에 CSSC 산하 장난조선에는 동형선 12척을 척당 2억800만달러, 총 24억9600만달러에 발주한 바 있다.

중국 조선소는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하에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온 반면 국내 조선업계는 2016년 구조조정 이후 숙련 인력 이탈과 품질 저하 문제가 지속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규모 감원으로 인력 공백이 생기자 국내 조선사가 외국인 비숙련 인력을 투입하면서 품질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2021년 이후 선가가 급등하자 글로벌 선주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조선소와의 계약 체결 비중을 높여왔고 이 틈을 타 중국은 기술력과 품질 격차를 빠르게 좁혀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은 지난 10여년간 투자 부진으로 친환경·스마트 선박 기술 개발 시기를 놓쳤다"며 “현재의 호실적에 안주하기보다 연구개발(R&D)과 품질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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