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거창사건 서사적 회화 담아
| 한스경제=하태민 기자 | 전남 여수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가 오는 8일부터 29일까지 젊은 만화가 양휘모 개인전 '땅속의 시간(The Buried Time)'을 연다. 한국 현대사 비극적 기억을 만화라는 시각언어로 되짚는 전시다.
여순사건, 거창사건 등 근현대사 상처를 다룬 회화적 설치전으로 에그갤러리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화 기반 프로젝트다. 청년작가지원사업 일환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박성희 작가 '페르소나'전에 이어 두 번째 기획전이다.
양 작가는 '땅속에 묻힌 기억' 주제로 그림 속 아이 시선과 무너진 비석, 나비 흔적 등을 통해 망각된 시대 목소리를 불러낸다. 작가는 만화를 단순한 대중문화 형식이 아닌 '서사적 회화로 확장하며 역사적 기억 윤리와 예술 회복력을 탐구한다.
부드러운 색조와 절제된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화면은 고통의 서사를 예술적 침묵으로 승화시킨다. 양 작가는 "두려움 속에서도 꺼내야 한다는 믿음 하나로 그렸다"며 "이 전시가 각자 마음속에 묻어둔 기억을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부친 양영순 만화가 고향인 여수로 내려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 서울 인사동 성보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연 뒤 파주 나비나라, 가회갤러리, 롯데갤러리(청량리점) 초대전 등 지금까지 9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 조선일보에 만화 '어려서 그래'를 연재했으며 봉사단체 몽이네예나눔과 함께 다양한 전시 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박 관장은 "그림 속 인물들은 증언자이자 작가 자신이다. 묻혀 있던 이야기를 꺼내어 다시 바라보는 순간 만화는 가장 깊고 진실한 시각언어가 된다"며 "이번 전시가 침묵이 다시 말이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8일 오후 4시에 열리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장소는 여수시 율촌면 도성길 43. 자세한 문의는 061-692-0240으로 하면 된다.
하태민 기자 hamong@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