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B2B 호실적·주가 상승에도 AI 사업은 주춤
외산 빅테크 의존, 독자 기술력 약화 지적
새 수장, 보안 신뢰 회복·ICT 전문성 입증 과제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한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한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김영섭 KT 대표가 4일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2년간의 ‘김영섭호 KT’가 내년 3월로 막을 내리게 됐다. 취임 당시 경영 마비에 빠진 KT의 정상화라는 책무를 맡았던 김 대표는 조직 슬림화와 계열사 정리를 통해 군살을 제거했다.

다만 인공지능(AI) 부문에서 미국 빅테크에 의존한 전략은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에 취임할 새 CEO는 소액결제 해킹 사고로 실추된 KT의 신뢰를 회복하고 ICT 부문에서 즉각적인 AI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KT 2024년 연간보고서./KT
KT 2024년 연간보고서./KT

◆ 위기 겪던 KT, 구조조정 전문가 김영섭 대표 영입

김 대표가 선임될 당시 KT는 구현모 전 대표의 자진 사퇴로 경영 공백 상태였다. 현금성 자산은 줄고 차입금은 증가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LG그룹 출신 김 대표는 LG CNS 사장을 8년 넘게 역임했으며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 LG유플러스 CFO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김 대표 취임 이전 KT의 현금성 자산은 2020년 2조6346억원에서 2022년 2조449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차입금은 2020년 8조5000억원에서 2022년 1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김 대표 취임 이후 현금성 자산은 2023년 2조8795억원, 2024년 3조7166억원으로 회복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1조2000억~11조8000억원 수준으로 유지돼 차입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개선했다.

구조조정전문가인 김 대표는 취임 후 2년간 비핵심 자회사 및 인력을 정리하는데 몰두했다. KT 직원수는 SKT 및 LG유플러스보다 많아 직원당 영업이익이 경쟁사 대비 낮았는데 인력만 4500명을 감축하고 비수익 사업인 메타버스, 헬스케어, 물류솔루션 등은 과감히 정리했다.

그래도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다. 매출은 2022년 25조6500억원에서 지난해 26조4312억원으로 상승했다. 네이버증권이 추정한 올해 매출액은 27조944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022년 1조6901억원에서 올해 26조229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가 희망퇴직에 따른 1조원의 일회성 인건비 비용을 반영하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면 올해는 기업간거래(B2B) 대상 AI 및 클라우드 실적으로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1분기는 22년 만의 통신사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고 2분기는 연결 기준 매출 7조4274억원, 영업이익 1조148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은 더 극적이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23년 9월 이후 KT 주가는 6월까지 약 59% 올으며 지난 3월에는 15년 만에 5만원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SKT(15.4%), LG유플러스(27.2%)과 비교하면 독보적 성과다.

◆ 흐름 더딘 AI 사업...빅테크 협력이 '자충수'였나

KT의 흐름은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서 탈락되면서 잠시 멈췄다. 지난해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농협은행 클라우드 사업, 베트남 비엣텔 AI 전환 프로젝트(1300억원 규모) 등을 수주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수주 실적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KT는 MS와 협력해 한국형 GPT 모델 개발을 추진했으나 아직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경쟁사인 SK텔레콤은 에이닷, LG유플러스는 익시(ixi)를 앞세워 AI 에이전트 시장을 선점했다. KT는 소비자용 대상 AI 서비스가 사실상 공백인 상황이다.

독자 AI 사업에 떨어지면서 엔비디아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밝힌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 대상에도 당장 끼지 못하게 됐다.

◆ 신임 대표, ICT 전문성 기반 신뢰회복·AI성과 과제

김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소액결제 피해 현황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며 ICT 전문성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불법 펨토셀(가짜 기지국)을 이용한 소액결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책임론이 불거졌고, 결국 연임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의 경영 기조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에 치우치면서 내부 기술력 강화가 더뎠다는 평가도 나온다. KT는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AI 모델인 믿음을 출시하고 당시만해도 LG AI 연구원의 엑사원과 네이버의 클로바X와 경쟁력이 비교됐으나 MS와의 협력에 치중하다가 지난 8월에야 믿음 2.0을 공개했다.

다만 앞서 선임된 SKT 새 수장이 법조인 출신인 만큼 소액결제 사고 등 위기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KT 역시 내실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KT 내부에는 여전히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김 대표가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재무개선 효과를 냈지만 그 과정에서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재무적으로는 당장 4분기 유심(USIM) 무상교체에 따른 손실을 어떻게 만회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았다. 앞서 KT는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했다. 피해 고객에게는 5개월간 100GB 상당의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고 15만원 상당의 통신요금 할인 또는 단말 교체비 지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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