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년만에 10배 성장한 2000억 시장, 30대 이하가 82% 차지
2030년 367조 규모 전망..."코스닥 시총 90% 맞먹는 신금융"

가상자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금융 기술의 혁신 속에서 '토큰'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특히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의 법제화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토큰의 정의부터 국내외 동향, 법제화 과정, 미래 전망까지 심도있게 다룹니다. 총 6편에 걸쳐 토큰의 모든 것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증권사와 개인 투자자의 미래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통찰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진=챗지피티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소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진=챗지피티

| 한스경제=김유진 기자 | "강남 아파트요? 전 뉴욕 빌딩에 투자합니다."

과거 세대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꿈꿨다면 요즘 MZ세대는 해외 부동산이나 유명 작가의 미술품에 관심을 쏟는다. 한때 부유층만 손댈 수 있었던 고가 자산을 이제 10만원으로 '조각'내 살 수 있게 됐다. 뉴욕 맨해튼 5번가 빌딩의 소유주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6일 삼일PwC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초 기준 국내 조각투자 시장 누적 공모금액은 약 2000억원을 기록했다. 분야별로는 음악 저작권이 339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술품 963억원, 부동산 653억원, 한우 3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은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2024년 현재 시가총액 기준 34조원(국내총생산의 1.5%) 규모로 커졌다. 2030년에는 367조원(국내총생산의 14.5%)까지 확대되며 연평균 약 49%씩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플랫폼 중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공모액 592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부동산 조각투자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조각투자란 2인 이상이 실물자산이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쪼개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미술품을 1만개로 나누면 투자자는 1만원에 0.01%의 지분을 살 수 있다. 이후 작품 가치가 오르면 보유 지분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전시 대여료 같은 수익도 배당받는다.

실제 투자 과정도 간단하다. 조각투자 플랫폼에 접속해 원하는 자산을 고르고 소액 단위로 청약하면 된다. 스마트폰으로 몇 번만 터치하면 뉴욕 오피스 빌딩이나 앤디 워홀의 작품 지분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조각투자 시장 성장을 이끄는 주역은 단연 MZ세대다. 삼일PwC 경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투자자의 60%(20대 21%, 30대 39%)가 30대 이하였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더 극명해 투자자의 82%(20대 33%, 30대 49%)가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국내 1호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 투자자이자 직장인 이민영씨(가명·28)는 지난 2023년 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에 투자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품 조각투자가 열린다기에 먼저 투자했다"며 "수십억원짜리 미술품을 10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데다 나스닥 지수를 넘는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어 새로운 투자처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계도 있다. 이씨는 "이후 1년이 넘도록 환매가 이뤄지지 않아 강제 보유 중"이라며 "유통시장이 없어 환매 불확실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정지열 한양대 경영연구원 교수는 "MZ세대는 태생적으로 디지털에 친숙하며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소유해보려는 '경험 소비' 성향이 강하다"며 "토큰증권 발행이 고가의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해 이들의 접근성을 크게 넓혔고 이것이 MZ세대가 조각투자에 적극 참여하는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의 유입도 눈에 띈다. 정 교수는 "저금리와 고물가 상황에서 기존 금융상품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되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를 적극 찾고 있다"며 "순수 가상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안정성을 더한 토큰증권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조각투자 시장은 2019년 말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카사는 강남 오피스빌딩 등 고급 부동산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해 조각투자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후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루센트블록이 운영하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는 안국 다운타우너, 이태원 새비지가든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핫플레이스 건물 중심으로 상품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꾀했다.

미술품 분야에서는 스타트업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가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며 주목받았다. 같은 분야의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는 앤디 워홀, 뱅크시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소투'도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음악 저작권 분야에서는 '뮤직카우'가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기 가수의 음원 저작권에 투자해 매월 저작권료를 배당받고 곡의 인기에 따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조각투자 시장은 이제 '토큰증권'이라는 제도권 금융으로 진화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조각투자를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하고 법적 안정성을 더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조각투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부른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장(바이셀스탠다드 대표)은 "조각투자를 포함한 토큰증권 시장이 2030년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는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약 90%에 해당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토큰증권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성장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토큰증권(STO) =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의 소유권이나 수익권을 디지털 형태로 쪼개 발행한 증권

투자계약증권 = 투자자가 자금을 맡기고 타인의 사업 수행 결과에 따라 수익을 얻는 계약상의 권리로, 조각투자 상품 대부분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김유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