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 /KBL 제공
유도훈 감독. /KBL 제공

|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지난달 12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 서울 삼성의 정규리그 경기. 유도훈(58) 정관장 감독은 4쿼터 작전 타임 도중 경기 내내 무득점에 그쳤던 간판 변준형에게 "경기가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는데, 그걸 극복해 내는 게 대선수다"라며 직접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변준형은 곧바로 미들슛을 넣으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유도훈 감독은 '당시 남긴 말이 농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는 본지의 설명에 "어느 팀 감독이든 다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라며 겸손해한 뒤 "좋은 시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힘든 시기도 온다. 강팀이 되려면 힘든 시기가 올 때 얼마나 빨리 분위기를 바꾸느냐, 좋은 평균치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인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이날 경기는 80-83 패배로 끝났지만, 이후 정관장은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거듭났다. 삼성전 직후인 15일 창원 LG전(70-62)부터 5연승을 내달리며 어느덧 8승 2패, 단독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시즌 전 6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뒤집은 행보다.

유도훈 감독이 작전 타임 중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KBL 제공
유도훈 감독이 작전 타임 중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KBL 제공

◆ 정관장 1위 비결? 선수들이 제 역할 해준 덕분

정관장의 상승세에 단연 유도훈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 정관장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유 감독은 올 시즌 KBL 사령탑 10명 중 최고령임에도 2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빼어난 지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17년 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리그 유일 60점 대 실점(68.7 실점)의 '짠물 수비'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도훈 감독은 최근 리그 1위로 올라선 뒤 "박지훈, 전성현 등 부상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제 역할을 해줘서 1위를 한 것 같다. 모든 팀이 좋은 출발을 원할 텐데, 현재로서는 만족하고 있다"며 "시즌 초반 경기를 치르면서 정관장의 장점(수비·에너지 레벨)과 단점(공격·3쿼터 열세)을 확인했다.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다른 팀들이 우리 팀을 분석할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해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2023년 6월 대구 한국가스공사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에도 2년 동안 농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소년 선수들을 재능 기부 형식으로 지도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추운 날씨로 유명한 몽골에서 현지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현지의 강추위가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열정적인 몽골 선수들과 함께 부딪치면서 지내다 보니 추운 줄도 몰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유도훈 감독은 지도자 휴식기에도 세계 농구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농구는 인사이드보다 아웃사이드 공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아웃사이드 공격을 위한 스페이싱, 타이밍 등을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했다. 동시에 이를 막기 위한 협력 수비도 선수들과 같이 연구하고 훈련하면서 합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준비를 마친 정관장은 시즌 초반 10경기에서 평균 10분 이상 출전한 선수가 10명이나 될 정도로 탄탄한 선수층을 확보했다. 유도훈 감독은 "올 시즌은 부상으로 힘들었던 베테랑들이 건강하게 복귀하고, 어린 유망주들이 성장하면 '어느 팀을 만나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농구가 단체 스포츠인 만큼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김종규, 김영현, 박지훈, 전성현 등 선임들이 이기는 농구에 필요한 팀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고 고마워했다.

정관장 선수단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정관장 선수단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 농구할 때 가장 행복, 첫 우승 도전 간절함 있어

유도훈 감독은 인터뷰 내내 "감독인 나보다는 선수들을 많이 칭찬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관장 선수들을 한 명, 한 명을 차례대로 꼽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먼저 베테랑인 변준형과 김종규를 향해 "변준형은 가장 많은 출전 시간(30분 39초)을 가져가면서 공격할 때 중요한 시기에 득점(평균 12.0점)하거나, 본인에게 수비가 몰릴 때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부분이 좋아졌다. 김종규는 출전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평균 13분 28초), 공수에서 팀이 가져가야 할 기본적인 틀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2년 차 고졸 신인 박정웅은 "현재 공격보다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신장(193cm)이나 운동 능력을 봤을 땐 앞으로는 공격에서도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성장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올 시즌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발돋움한 표승빈에 대해서는 "몇 년 동안 경기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연습할 때 체력 테스트를 하면 팀에서 가장 기록이 좋아 기회를 줬다"며 "상대 주득점원을 막기 위한 역할로 나서는데, 역시 공격에서도 본인이 득점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 외 김영현, 소준혁 등의 수비 기여도에 대해서도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규리그 통산 411승을 기록한 유도훈 감독은 올 시즌 친정팀 정관장에서 커리어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17년 만에 다시 감독으로 돌아왔다. 어릴 때와 지금은 세상도 많이 변했고, 그만큼 더 공부해야 한다. 감독이라는 직업은 은퇴할 때까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며 "평생을 농구로 살아온 만큼 농구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런데 아직 한 가지 못 이룬 게 우승이다. 우승에 대해 누구보다 간절함이 있고, 선수들이 우승해 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신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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