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 ‘게임패스’ 가격 인상…서비스 강화 추진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26 회계연도 1분기(7~9월)에 클라우드와 AI 사업의 강한 성장에 힘입어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게임 사업에서는 엑스박스 하드웨어 매출이 급감하면서 구조적 변화의 신호를 보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MS의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777억달러(약 11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80억달러(약 54조원)로 24%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GAAP 기준 277억달러(약 40조원), 비GAAP 기준 308억달러(약 44조원)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GAAP 기준 3.72달러, 비GAAP 기준 4.13달러(23% 증가)로 증권가 예상치인 3.67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MS 실적의 핵심은 클라우드와 AI 인프라의 가속화된 성장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글로벌 규모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와 함께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코파일럿이 광범위한 확산과 실제 영향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AI에 대한 자본과 인재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이유”라고 밝혔다.
MS 클라우드 매출은 491억달러로 전년 대비 26% 성장했으며 전체 매출의 63%를 차지했다. 생산성 부문도 탄탄한 성과를 보였다. 기업용 비즈니스인 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 부문 매출은 3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반면 일반 소비자 부문인 More Personal Computing에서는 게임 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게임 매출은 113억달러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는데 MS의 콘솔게임기 엑스박스(Xbox) 하드웨어의 매출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분기 MS의 엑스박스 하드웨어 판매량은 29% 급감하면서 2분기 연속으로 20%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엑스박스 콘텐츠 및 서비스 매출은 1% 증가했다.
엑스박스 하드웨어 매출 급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MS는 올해 5월과 10월 두 차례 엑스박스 가격을 인상했다. ‘엑스박스 시리즈 X’는 50달러 올라 649.99달러, ‘엑스박스 시리즈 S’는 20달러 올라 399.99달러가 됐다. 이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으며 콘솔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MS가 전통적인 콘솔 독점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우리는 최대 퍼블리셔가 됐으므로 모든 플랫폼, 모든 곳에 존재할 것”이라며 “콘솔, PC, 모바일, 클라우드 게이밍, TV 등 어디에서든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최근 여러 퍼스트파티 타이틀을 PS5로 출시했다. 대표적인 레이싱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5’는 PS5에서 인상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며 ‘기어스 오브 워: 리로디드’도 지난 8월 PS5로 출시됐다. 엑스박스의 상징적인 독점작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내년에 시리즈 처음으로 PS5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일부분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PS5용 게임 판매량 상위 10개 중 MS가 유통하는 게임이 6개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MS가 MS가 하드웨어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사라 본드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사장은 AMD와의 다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차세대 엑스박스 콘솔과 휴대용 디바이스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MS는 차세대 엑스박스에 대해 “하드웨어 세대에서 본 적 없는 가장 큰 기술적 도약”이라고 언급했다. 윈도우 PC 기반으로 개발돼 엑스박스 네이티브 라이브러리뿐 아니라 스팀(Steam) 등 다양한 PC 게임 플랫폼의 게임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필 스펜서 MS 게이밍 CEO는 “우리는 하드웨어 기능에 기반해 승리하고 싶다”며 “게임을 다른 플랫폼에서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신에서는 MS의 차세대 하드웨어 계획이 취소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MS는 이 소식을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MS는 엑스박스 게임 부문에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30%의 이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압박으로 인해 최근 여러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회사 레어의 ‘에버와일드’와 제니맥스의 ‘프로젝트 블랙버드’ 등은 공개된 지 6~7년이 넘게 개발 중인 게임들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시장조사기업 써카나의 맷 피스카텔라는 “몇 년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엑스박스의 미래는 실제로 상당히 밝아 보인다”며 “PS 판매 차트를 보면 MS 제품이 많이 보이는데 다른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승리하는 방법”이라며 멀티플랫폼 전략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반면 웨드부시 증권의 마이클 패터는 “MS가 여전히 번성하는 콘솔을 보유한 것처럼 운영하고 있으며 멀티플랫폼 접근 방식은 게임패스 가입자 유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MS가 타이틀을 독점으로 유지했다면 게임패스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엑스박스 콘솔 사업은 사실상 죽었다”고 말했다. 차세대 엑스박스 콘솔이 출시된다면 10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가격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MS의 핵심 게임 사업으로 부상한 구독 서비스 게임패스는 올해 약 55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2022년 대비 20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지난달 1일 MS는 게임패스 구독료의 대대적인 인상안을 발표했는데 서비스 모델에 따라 적게는 25%, 많게는 90%에 가까운 인상률을 보여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MS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게임패스 이용자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미국 증권가에서도 MS 게임 부문의 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가 예측 모델 추정에 따르면 MS 게임 매출은 2026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2.1% 성장하고 2027 회계연도에는 15% 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