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1로 제압,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 /LG 트윈스 제공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1로 제압,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 /LG 트윈스 제공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29년 만의 숙원을 풀었던 2023년의 감격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끝난 2025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를 4-1로 제압,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합 우승을 확정했다. 1990년과 1994년, 2023년에 이어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2번째 통합 제패다.

LG는 2000년대 장기 부진의 늪을 견디며 체질을 바꿔 왔다. 2019년부터 7시즌 연속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고, 2023년 통합 우승으로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그리고 단 2년 만에 다시 왕좌에 복귀하며 ‘V4’ 시대를 열었다. 팀 통산 우승 횟수는 KIA 타이거즈(12회), 삼성 라이온즈(8회), 두산 베어스(6회), SSG 랜더스(5회)에 이어 현대 유니콘스와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시즌 막판 3연패로 매직넘버 ‘1’에서 잠시 멈췄지만, 끝내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 뒤엔 치밀한 설계와 신구조화가 있었다.
 
◆지략가에서 명장으로 거듭난 염경엽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LG의 부활 중심엔 염경엽(57) 감독이 있었다. 2022년 말 LG 지휘봉을 잡은 그는 3년 계약 기간 내에 2차례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한때 ‘리그 최고의 전략가이지만 우승이 없다’는 꼬리표가 붙었으나, LG에서 그는 그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 염경엽 감독은 전력의 한계 속에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6년 사퇴 후 SK 와이번스(현 SSG) 단장을 거쳐 2019년 직접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다시 고배를 마셨다. 2년의 야인 생활을 거친 뒤 LG 사령탑에 오른 2023년, 29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엔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 속에서 정규시즌 3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철저한 준비로 한을 풀었다.

LG 선수단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염경엽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LG 선수단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염경엽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염경엽 감독은 “시즌 시작 때보다 몸무게가 9㎏ 정도 빠졌다.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사무실 직원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LG는 염경엽 감독의 지휘 아래 젊은 투수 송승기(23), 박명근(21), 김영우(20)를 꾸준히 기용해 불펜의 뼈대를 세웠다. 내야 자원인 구본혁(28)과 박관우(19)는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동시에 김현수(37), 박동원(35), 오지환(35), 박해민(35) 등 베테랑들에겐 팀 중심축을 맡겼다.

또한 올 시즌 선발진은 31년 만에 4명의 두 자릿수 승리 투수를 배출했다. 요니 치리노스(32)가 13승, 임찬규(33)와 손주영(27), 송승기가 11승씩을 올렸다. 시즌 중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톨허스트는 6승과 한국시리즈 2승으로 제 몫을 다했다. 불펜에선 김진성(40)이 세이브왕 고우석(27)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팀을 안정시켰다.

염경엽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김응용(10회), 김재박(4회), 류중일(4회), 김성근(3회) 감독에 이어 역대 9번째로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지도자가 됐다. LG 사령탑으로서는 최초의 2회 우승 감독이다. LG는 곧 염경엽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역할이 분명한 완성형 신구조화

프로야구 LG 트윈스 김현수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김현수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LG의 우승 원동력은 베테랑과 신예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균형’에 있었다. 중심엔 여전히 김현수,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었고, 여기에 신민재(29) 문보경(25), 송승기 등 젊은 세대가 폭발력을 더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현수는 5경기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 8타점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는 “너무 기분 좋다. 올해로 프로 20년 차인데 한국시리즈 MVP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좋은 선후배, 좋은 팀을 만나서 정말 감사하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올해까지 우승 반지가 3개다. 제 목표는 5개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펜의 기둥 김진성은 40세의 나이에도 한국시리즈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 4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베테랑은 늘 절벽 위에 서 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됐다”는 그의 말은 LG 불펜의 정신을 대변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문보경.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문보경. /연합뉴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LG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문보경은 시즌 막판 타격 부진으로 고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5경기 타율 0.526(19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으로 활약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2번이나 우승하게 될 줄 몰랐다. LG라는 강팀에서 뛰게 된 게 행운이다. 2년 전보다 절실했다”고 했다. 신민재는 공수주를 모두 겸비한 ‘보이지 않는 MVP’였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409를 기록했고, 4차전 9회 대역전극의 발판이 된 2루타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염경엽 감독의 세밀한 리더십, 베테랑의 헌신, 신예의 패기가 어우러진 완성형 팀이 LG의 2번째 황금기를 열었다. 이제 LG의 목표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왕조다.

한편 LG는 우승의 영예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배당금도 손에 쥐었다. KBO에 따르면 올해 포스트시즌 16경기가 모두 매진돼 입장 수입 약 157억원을 기록했고, 제반 비용을 제외한 약 88억원이 5개 구단에 배분됐다. LG는 정규시즌 우승 17억6000만원, 한국시리즈 우승 35억2000만원 등 총 52억8000만원을 받게 됐다. 여기에 모기업 LG그룹이 규정상 상한선(배당금의 50%)까지 보너스를 지급할 경우 26억4000만원이 추가돼 총 79억2000만원이 선수단과 프런트 보너스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는 2년 전(44억1000만원)보다 약 35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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