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회 과방위 “MS 계약 불공정”…데이터 주권 침해 논란
아직 B2C 앱 없는데...경쟁사 '익시' '에이닷' 시장 선점
자체개발·글로벌 협력, 투트랙 전략'...풀 AI 라인업 갖출 것
KT 김영섭 대표(오른쪽)와 팔란티어 알렉스 카프 CEO가 한국에서의 첫 CEO 회동을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KT
KT 김영섭 대표(오른쪽)와 팔란티어 알렉스 카프 CEO가 한국에서의 첫 CEO 회동을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KT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인공지능(AI) 킬러 서비스'가 아직 없는 KT가 고도화된 AI 기술 개발을 위해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을 강화해왔지만 최근 KT와 빅테크 간 협력에 불협화음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한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MS와 맺은 계약으로 고객상담 기록, 통신 장애 기록 등을 포함한 KT 핵심 시스템인 기간계시스템(BSS-OSS)이 MS 클라우드로 이관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클라우드 액트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서 원할 경우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주권 침해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KT가 MS와 5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약속한 클라우드 물량을 다 사용하지 않아도 KT가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김 대표는 "5년 동안 다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추가로 기간을 연장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했다"고 답했다. 

KT 이사회 일부에서도 KT-MS 간 파트너십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양사는 계약에서 각자의 투자금 분담비율과 MS 측 의무사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고 KT는 계약에 'MUST(해야한다)'를 사용한 반면 MS는 'BEST EFFORT(최선을 다하겠다)'를 사용해 법적 책임에 있어서도 차이를 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영어 표현으로 법적 책임에 차이를 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양사의 상호 의무가 명시적으로 포함돼있었고 불공정한 계약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FM)' 사업에서도 SKT와 LG AI 연구원이 이름을 올린 반면 KT는 낙마했다. KT가 MS 등 해외 빅테크 기업과 협력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KT는 지난해 9월 MS와 23000억원 규모의 파트너쉽을 체결한 후 MS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국형 GPT-4o'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이에 뒤늦게 자체 FM인 '믿:음 2.0'을 출시하며 전략을 선회했으나 정부가 프로젝트에서 핵심평가 기준으로 삼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자체 개발' 능력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직까지 자사 '믿음'은 물론 MS의 기술력을 활용한 일반 소비자용 에이전트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경쟁사 LG유플러스는 LG AI 연구원의 FM 엑사원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소형언어모델 익시젠을 활용해 '익시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고 2분기 그룹은 LG 계열사 중 유일하게 2자리 수의 영업이익을 냈다.

SKT의 '에이닷'은 앱 평가가 11만건에 이른다. 충성 고객층이 높다는 뜻이다. 4월 해킹 사고 여파로 영업이익이 90% 이상 급감했는데도 AI 부문만은 호실적을 냈다. 

양사의 AI 통화 앱은 전화 내용을 요약해주는 등 'AI 어시스턴트' 형태를 띄고 있는데 향후 외부 앱 및 시스템과 연동해 복합적인 액션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KT가 이와 같은 AI 서비스의 출시가 늦어지는 동안 SKT와 LG유플러스의 앱은 모두 버전이 2.0 이상으로 고도화를 이뤘다. SKT는 미국 퍼플렉시티와 긴밀히 협업하는 등 KT와 같은 빅테크 협력의 길을 걸었으나 지난해 11월 거대언어모델(LLM)이던 에이닷엑스를 FM으로 진화시키겠다고 발표한 후 4.0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AI 모델인 믿음을 출시하고 당시만해도 LG AI 연구원의 엑사원과 네이버의 클로바X와 경쟁력이 비교됐던 KT는 지난 8월에야 믿음 2.0을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소비자용 AI 서비스가 없는 부분에 대해 KT 이용자들은 타 통신사 이용자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소비자용 서비스가 없을 뿐 기업용은 에이전트는 이미 쓰이고 있고 유의미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MS와의 B2C 플랫폼이 언제 나올 건지에 대해서는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KT는 자사 믿음을 고도화하고 빅테크와의 협력도 놓치지 않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8월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MS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기밀 컴퓨팅 기술(ACC)을 적용한 한국형 AI 모델을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 하반기에 MS와 함께 한 보안 클라우드와 거대언어모델(LLM) ‘K-챗GPT’ 등 풀 AI 라인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점에 지연은 있지만 투트랙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KT는 최근 해킹 사고 여파로 김영섭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MS를 비롯해 팔란티어, 크루AI 등 해외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가장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및 28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MS 및 크루AI 측과 만남을 가졌다. 이어 31일 KT는 크루AI의 AI 에이전트 활용 플랫폼을 아시아에서 현지화하는 작업을 맡았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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