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관세 부담, 일회성비용에도 예상치 웃돈 수익성
B2B, 구독 매출액 각각 전년比 2%, 31% 성장...사업 펀더멘털 견고히 하는 데에 기여
LG 사옥 전경. / LG
LG 사옥 전경. / LG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LG전자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3분기 탄탄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관세 부담과 전기차 시장의 성숙기 진입이라는 악조건에도 주력인 가전과 전장 사업이 호조를 이어가며 수익성을 지켜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결과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31일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21조 8737억 원, 영업이익 688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각각 5.5%, 7.7% 증가한 수치다. 미국발 관세 부담과 일회성 비용에도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매출이 1.4%, 영업이익이 8.4% 줄었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사업 구조 고도화다. LG전자가 추진하는 ‘질적 성장’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점차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며, 하드웨어 중심에서 ▲B2B(전장·냉난방공조 등) ▲Non-HW(구독, webOS 등) ▲D2C(소비자 직접판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3분기 B2B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5조 9천억 원, 가전 구독 매출은 31% 늘어난 7천억 원을 기록했다.

◆공조·구독·온라인 확대가 실적 방어

사업본부별로는 주력인 가전사업(HS·Home Appliance Solution)이 여전히 안정적인 버팀목 역할을 했다. HS 사업본부는 3분기 매출 6조 5804억 원, 영업이익 3659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4.7%, 3.2% 성장했다.

프리미엄 제품군과 대중형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주효했다. 여기에 구독 서비스와 온라인 판매 확대가 더해지며 성장 모멘텀이 이어졌다. 특히 생산지 최적화와 원가 효율화 노력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며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LG전자는 4분기에도 글로벌 가전 수요 회복 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구독사업 등 비(非)제품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고정비 절감과 원가구조 개선을 병행해 수익성 개선도 추진한다.

◆TV 고전했지만 콘텐츠 강화로 반전 모색...webOS 플랫폼·글로벌 사우스 공략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는 TV 수요 둔화와 마케팅비 증가로 실적이 부진했다. 매출 4조 6525억 원, 영업손실 302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9.5% 줄었다.

삼성, 중국 업체 등과 경쟁이 심화되며 LG전자는 브랜드 마케팅 및 판촉비 지출을 늘렸고, 인력 구조 재편 과정에서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 다만 webOS 플랫폼 사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타고 있다. LG전자는 광고 사업 고도화와 콘텐츠 확장을 통해 webOS를 자체 생태계 중심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또한 신흥시장으로 불리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미주ㆍ유럽 등 성숙 시장에서 수요가 정체된 만큼 인도, 중남미, 동남아 등에서 프리미엄·중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전장부문,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 ‘5% 수익률' 달성

가전 다음으로 LG전자 실적을 견인한 것은 전장(VS) 사업본부다. 매출 2조 6467억 원(전년 대비 1.4%↑), 영업이익 1496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5%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 VS사업은 그간 적자 탈출 이후 빠르게 수익 구조를 다지고 있다.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수요가 견조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라인업 확대와 맞물려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운영 효율화, 제품 믹스 개선,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한 결과”라며 “4분기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는 있지만 안정적 수익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조·AI데이터센터 수주 확대 액체냉각 신사업 ‘예열’

에너지·공조사업을 담당하는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는 매출 2조 1672억 원, 영업이익 132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국내 판매 확대와 온라인·구독 사업 성장으로 소폭 늘었으나, 투자 증가로 이익은 15% 감소했다.

냉난방공조 부문은 상업용 시스템, 산업·발전용 칠러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실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북미,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에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기점으로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 기술 상용화와 액침냉각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파트너십도 확대해 차세대 냉각 인프라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냈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구독, B2B, webOS 등 비(非)가전 영역 비중을 높이며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품 위주’에서 ‘서비스·플랫폼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3분기 구독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향후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단기적 비용 부담에도 중장기 성장축을 확실히 다지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장부문 수익화, 구독사업 성장, AI 데이터센터 냉각 등 신성장 동력 확보가 향후 실적 개선을 주도할 전망이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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