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에틸렌 스프레드 ‘적자 경고등’…정부 로드맵 따른 단지별 통폐합 속도전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과 대산단지 통합…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 전환 잰걸음
석유화학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석유화학공장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생존을 위한 중대 기로에 들어섰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중국발(發) 저가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정부는 나프타분해시설(NCC) 25% 감축안을 제시하며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했다.

기업들 또한 단지별 통폐합 및 고부가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범용제품 위주 사업 모델에서 탈피하지 못한 기업들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어 생존 전략 차별화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생산 능력 확대에서 수익성 중심 구조로의 체질 전환이 늦어질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이 침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는 과잉 설비 해소가 꼽힌다. 산업통상부와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범용 석화제품 생산능력 25% 감축을 포함한 구조개편안 논의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여수·대산·울산 등 핵심 석유화학 산업단지별로 NCC 설비 감축 또는 통폐합이 추진된다.

대표적 사례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단지 통합설비 구축 논의다. 양사는 자산총액 12조원 규모 설비를 출자 및 지분조정 방식으로 통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에틸렌 등 범용 석화제품의 중국발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국내 석화업계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원재료인 나프타와 최종 제품인 에틸렌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수익성을 결정하는데 최근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80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250달러)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일부 기업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보수 일정을 앞당기며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황 악화 속에서 기업별 대응 전략과 성적표 또한 엇갈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중심 제품군 전환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IBK증권에 따르면 3분기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3.2% 증가한 869억원으로 전망됐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합성고무, 합성수지, 금호폴리켐 등 실적이 전 분기 대비 모두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NCC 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합성고무(SSBR)·고기능성 합성수지 등 스페셜티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가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산 저가 범용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자유롭고 원가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업계 내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평가다. 회사 3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약 1321억원으로 8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NCC 및 PE·PP 등 범용 생산라인을 보유한 만큼 공급과잉과 스프레드 악화에 취약한 구조다.

이런 배경에서 롯데케미칼의 HD현대케미칼과 대산 설비 통합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통합이 이뤄지면 단지 내 중복 투자 축소, 에너지·물류 효율화, 설비 활용률 제고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설비 가치 하락 및 재무구조 악화 위험도 있다.

SK케미칼의 경우 업황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을 줄이고 코폴리에스터·고기능성 친환경 플라스틱 등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 사업에 집중해 왔다.

직접적인 NCC 기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업황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한편 현재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은 자율 협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질 실행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등 주요 단지별 기업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설비 감축은 생산 손실 및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선제적 감축’에 대한 유인이 약하단 것이다.

실제로 일부 설비는 노후화로 인해 자연 감소되는 구조이나 고정비가 높은 석화산업 특성상 ‘버티기’에 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업계 구조조정 흐름은 이후 기업 간 격차 확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고부가·친환경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한 기업과 설비에 갇혀 손실을 확대하는 기업의 차이는 향후 수익성과 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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