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블록체인의 결합 통한 새 방향 제시…한국 진출 타진중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지금 전 세계의 인공지능(AI) 산업은 거대 자본을 확보한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에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AI 기술을 몇몇 거대 자본이 독점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설립한 AI 스타트업 센티언트(Sentient)는 “AGI(범용인공지능)는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는 인류의 공공재여야 한다”는 철학 아래 열린 생태계와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가치 분배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거대 자본의 통제 아래 있지 않고 누구나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 기업 폴리곤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산딥 나일왈을 비롯해 프라모드 비스와나스 프린스턴 대학교 포레스트 G. 햄릭 석좌교수 등이 모여 공동 창업한 센티언트는 현재까지 8500만달러(약 121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 중에는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탈 파운더스 펀드도 포함돼 있어 주목받았다.
센티언트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는 개방성(Open), 공정한 보상(Monetizable), 커뮤니티 중심성(Loyal)으로 각각의 앞글자를 따 ‘OML 프레임워크’라고 부른다. 이 프레임워크는 AI 모델, 데이터, 에이전트를 관련 커뮤니티가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구조로 기여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보상을 받는다. 각 모델의 개발 및 수정 내역 또한 블록체인에 기록돼 소유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모델을 폐쇄적으로 개발하는 기존 방식과 확연히 다르다. 센티언트는 'AI의 힘을 모두에게 되돌리는 구조'를 목표로 ‘더 그리드(The GRID)’라는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 시스템은 여러 AI 모델과 도구가 상호작용하며 협업할 수 있는 개방형 인프라로 다중 에이전트가 복잡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대형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파워를 바탕으로 AI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센티언트의 시도는 대조적이다. 오픈AI와 구글은 최신 모델의 학습 과정과 구조를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센티언트는 커뮤니티 주도형 AI 개발 모델을 통해 누구나 참여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거버넌스와 보상을 토큰 경제와 스마트 계약으로 분산 처리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중앙집중적 권한을 줄이고 AI를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오픈 AGI의 철학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실제 기술력과 자원 면에서 센티언트는 빅테크와 큰 격차가 있다. 고성능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컴퓨팅 자원과 대규모 데이터 접근성 그리고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인적·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센티언트 스스로도 “오픈소스 AI는 아직 폐쇄형 시스템보다 성능이 뒤처져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티언트의 시도는 AI의 방향성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AI 발전이 소수 기업의 자본력과 폐쇄적 의사결정에 좌우되는 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기술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비록 센티언트가 단기간에 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모델을 따라잡기는 어렵더라도 AI의 민주화를 향한 실험실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센티언트의 오픈 AGI 프로젝트는 단순히 또 하나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시도가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 빅테크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 중인 AI가 향후 어떠한 문제점에 도달했을 때 다른 관점에서의 선택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인류의 AGI를 향한 여정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비록 센티언트가 추구하는 오픈 AGI 프로젝트의 완성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할 수 있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AI 산업이 나아가야 또 하나의 할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해도 될 것이다.
최근 센티언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높은 기술 수용도와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역량을 감안할 때 이들의 오픈 AGI 철학과 한국의 혁신 생태계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