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의 이청용이 득점 후 골프 퍼팅을 떠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HD의 이청용이 득점 후 골프 퍼팅을 떠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한스경제 | 프로축구 울산 HD 선수가 득점 후 신태용 전 감독의 골프 논란을 떠올리는 ‘골프 세리머니’를 하자, SNS 댓글 창과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논쟁의 장이 됐다. 일부는 “재미있다”, “엔터테인먼트다”라며 옹호했고, 다른 일부는 “조롱 같다”, “프로의 품격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논쟁의 핵심은 골프라는 행위가 아니라, 스포츠가 지켜야 할 경계선 ‘존중’의 감각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지 않느냐는 문제로 귀착된다.

세리머니는 원래 팀과 팬이 ‘기쁨을 공유하는 장치’다. 그러나 그 기쁨이 상대를 밀어내거나 비교 또는 비하의 뉘앙스를 덧칠하는 순간, 세리머니는 기쁨의 언어에서 조롱의 언어로 변질된다. 문제는 이런 경계 감각이 최근 스포츠 전반에서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SNS 시대 이후, 강렬한 자극이 조회수와 화제성을 확보하는 통로가 되면서 ‘품위의 농도’보다 ‘클릭의 속도’가 우선순위가 되는 장면들이 많아졌다.

미국 4대 스포츠에서도 ‘타인 리스펙트’는 공식 룰보다 더 강한 문화적 합의로 작동한다. NFL은 조롱으로 보이는 세리머니에 즉각 벌금을 부과하고, MLB 클럽하우스에는 “상대를 모욕하지 말라”는 명문화된 문구가 걸린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쟁은 상대가 있어야 존재한다. 상대를 철저히 존중하는 것이 곧 경쟁 자체를 존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는 지금 묘한 기로에 서 있다. 단발성 자극과 밈 중심의 소비가 스포츠를 ‘볼거리 콘텐츠’로만 축소시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 그 과정에서 스포츠가 본래 품고 있던 윤리인 페어플레이와 상호존중, 경기 이후의 악수 같은 보이지 않는 기본값이 가벼워지고 있다. 이는 경기력보다 ‘장면’이, 상대보다 ‘댓글 반응’이 더 중요해지는 기형적 방향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우리는 더 이상 “재미면 됐다”는 말로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시대를 살지 않는다. 스포츠는 승패를 넘어 사회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투영하는 가장 큰 공공의 무대다. 스포츠 현장에서 사라진 존중은 곧장 온라인에서, 그리고 일상 언어와 태도로 전이된다. 작은 세리머니 하나가 문제냐는 반문은 맞지 않는다. 작은 균열을 방치하면 전체 구조가 바뀐다.

울산 HD의 골프 세리머니는 기술적 논쟁이 아니라 문화적 경보음으로 읽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나 비난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 경기를 존중하며 보는가”라는 스포츠의 본질적 질문을 다시 꺼내는 일이다. 스포츠가 재미로만 작동하는 날, 그 경기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성환 SH스포츠에이전시 대표, KBS스포츠예술과학원 교수

문성환 SH스포츠에이전시 대표
문성환 SH스포츠에이전시 대표, KBS스포츠예술과학원 교수

 

문성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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