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통해 금융 신뢰 체계 재편 강조
한국이 새로운 금융질서 구축할 기회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29일 경주 아트센터 화랑홀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에서 '통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두나무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29일 경주 아트센터 화랑홀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에서 '통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두나무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신뢰의 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전체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29일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에서 '통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 성장에 대한 시각 전환을 촉구했다. 오 대표는 "대학 시절 닷컴 버블을 목격했을 때 한 회사의 주가가 2년 만에 93% 폭락했지만 오늘날 그 회사는 글로벌 인프라 거인으로 성장했다"며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이어 "2018년 비트코인은 최고점 대비 80% 이상 가치를 잃었지만 현재는 그때보다 5배 이상 상승해 세계 7위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도, 전기, 인터넷도 한때 버블로 치부됐지만 결국 필수 인프라가 됐다"며 "버블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다. 비트코인 ETF를 승인해 디지털 자산을 금융 주류에 편입시켰고 지난 7월에는 지니어스법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확립했다. 최근 한국 정부도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지원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가총액은 약 3조9000억달러로 대부분의 국가 주식시장보다 큰 세계 최대 자산 클래스 중 하나가 됐다.

오 대표는 화폐의 진화와 신뢰 이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화폐를 "인류가 고안한 가장 효율적인 상호 신뢰 시스템"이라고 정의한 것을 인용하며 화폐의 역사는 형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가치를 보증하는지가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물물교환에서는 상품 자체가 가치를 지녔고 금속 화폐에서는 왕과 국가의 권위가, 금본위제에서는 금으로의 태환 약속이, 법정화폐에서는 국가 기관이 신뢰를 보증했다. 오 대표는 "오늘날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알고리즘과 네트워크 합의가 신뢰의 보증자가 됐다"며 "화폐가 진화하면서 거래 비용은 감소하고 시장은 확대되며 금융은 번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뢰 이동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5억6000만명 이상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 상위 21개 디지털 자산 지갑은 12억회 이상 다운로드됐고 비트코인은 대부분의 주식과 원자재를 앞지르며 세계 7위 자산으로 올라섰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 혁명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이 중앙 권한 없이 거래 기록을 공유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며 네트워크 자체가 신뢰의 보증자 역할을 한다.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변경될 수 없어 개인이 자신이 생성한 정보에 대한 진정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

그는 "블록체인이 금융의 미래로 불리지만 오랫동안 전통 금융 시스템과 단절돼 있었다"며 "이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이미 약 3000억달러에 달하며 더 이상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서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인프라인 체인, 지갑,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출, 자산관리, 자본시장을 웹3 기반 서비스로 재편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13억명의 금융소외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다.

오 대표는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소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오늘날 시가총액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핀테크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훨씬 작은 규모"라며 거래소의 중심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초기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성장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과 AI 혁명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블록체인 혁명에서는 한국과 두나무가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금융질서를 구축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두나무의 준비 상황도 소개했다. 세계 4대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 운영을 넘어 금융에 최적화된 블록체인인 기와체인, 웹2와 웹3를 연결하는 기와월렛, 30개국 150개 기관을 연결하며 이미 수십억 달러의 거래를 검증한 글로벌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베스프, 최고 수준의 보안을 갖춘 기관 수탁 서비스 업비트커스터디 등 4개 핵심 인프라를 구축했다.

오 대표는 "이 4개 축을 통해 두나무는 거래소에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 계신 파트너들과 함께 차세대 금융 혁신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화폐를 설계하는 시대가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시대"라며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통화 주권의 기초 자체를 재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나무는 한국에서 이 여정을 시작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 통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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