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3사도 포럼...글로벌 안보 협력 방안 제시
캐나다 총리 거제 방문 유력...김동관 부회장 행보 주목
트럼프 대통령 일정상 국내 조선소 방문 가능성 희박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HD현대와 한화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방산기업들이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통한 산업 외교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APEC CEO 서밋 부대행사인 ‘퓨처테크포럼:조선’에 참석해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앞세워 회장 취임 후 첫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가운데 한화그룹도 퓨처테크포럼:방산을 개최, ‘평화를 위한 기술’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APEC을 계기로 국내 조선·방산업체들이 세계 경제 무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미 관세 후속 협상 교착 상태에서 조선·방산 대표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 외교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기선 회장은 지난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조선의 기조연설에서 “HD현대는 첨단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를 위한 든든한 파트너로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제조 기술을 활용한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제시하며 “(혁신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긴밀한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AI 혁신 기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조선소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등 조선업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향을 소개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바 있다. HD현대와 헌팅턴잉걸스는 미 해군의 함정 건조 역량 확대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며 차세대 군수지원함 프로젝트 등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게 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 개정이 없는 한 한국 조선소는 미 해군 함정을 직접 수주하기 어렵지만 이번 MOA는 현실적인 협업 구도를 마련했다”며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의 경량보급함(T-AOL) 총 구매 예산의 30% 이상을 점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사 간 체결된 MOA는 법적 구속력 없이 포괄적인 협의에 그칠 수 있는 업무협약(MOU)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며 “이번 MOA는 미국 해군 함정 조달 시장이 한국 조선소에 실질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한화 방산 3사가 개최한 ‘한화 퓨처테크포럼:방산’에서도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주제로 글로벌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외 군 관계자와 안보 분야 인사뿐 아니라 국내외 방산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270여명이 참석했다.
한화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글로벌 안보·기술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재확인했다. 이를 통해 ‘AI 시대의 기술주권’과 ‘산업회복력’, ‘지속가능한 평화’라는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국방·산업·학계·정부 간 협력의 실질적 플랫폼을 구축하며 글로벌 방산 생태계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전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재차 역설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날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캐나다의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관련해 APEC 현장에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방한 일정 중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이 유력해지면서 김 부회장이 동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원팀’으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최종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있다.
한편 29일 일본을 출발해 한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6분께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한국과 무역 합의를 곧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낙후된 미국 조선업을 부흥시킬 수 있다”면서 “한국이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대미 조선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는 주요 조선사들은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주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와 가까운 울산과 거제에 있는 조선소를 방문할 가능성에 대비해 3개월 전부터 세계 최고 권력자를 맞을 채비를 해 왔다.
지난 27일 모 매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일정이 짧고 빡빡한 것을 감안했을 때 물리적으로 한국 조선소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보도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방문 취소가 100% 확정이 난 사안은 아닌 만큼 급작스러운 방문 일정에 대비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27일 오전만 해도 최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방문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긴박한 지시가 있었지만 29일 오후 2시 30분 현재 방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내 조선업 재건과 안보(전략광물 등)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조선 외에 다른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이번 APEC을 계기로 한국의 조선·방산 산업이 한미, 더 나아가 글로벌 산업 외교의 새로운 중심축이 됐다”고 분석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