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국내 주요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이 최근 5년 새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카드 확대와 고소득층 중심의 상품 재편이 수익 구조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7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2025년 6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3848억원으로, 2020년 상반기의 2639억원에 비해 약 46%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카드 이용액 증가율(약 8%)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연회비 인상과 프리미엄 카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연회비 수익은 1838억원으로 업계 최대를 기록했다. 더 블랙(The Black)·더 퍼플(The Purple) 등 초고가 상품군의 비중이 높고 항공·호텔·럭셔리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고소득층 고객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는 라움 오(RAUME O)나 더원(The 1) 등을 통해 프리미엄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1477억원의 연회비 수익을 거뒀다. 특히 라움 오 카드는 초청 고객에게만 발급되는 VVIP 전용 초프리미엄 카드로, 호텔·항공·골프 등 고급 라이프스타일 혜택을 제공하는 초고가 상품이다.
신한카드 역시 올해 1월 더 베스트 XO(The BEST-XO)와 7월 더 베스트 엑스 2.0(The BEST-X 2.0)을 잇따라 출시하며 프리미엄 포트폴리오를 강화했으며 KB국민카드는 헤리티지(HERITAGE) 시리즈를 중심으로 200만원대 이상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나카드는 제이드 클래식(JADE Classic)과 제이드 프라임(JADE Prime) 등으로 고소득층 개인사업자와 VIP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으며 우리카드는 최근 디오퍼스 실버(the OPUS silver)를 출시해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에 합류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높은 연회비 상품군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 카드업계의 전통적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연회비를 통한 수익 구조 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2월부터 적용된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경우 0.40%·3억~5억원은 1.00%·5억~10억원은 1.15%·10억~30억원은 1.45%로 인하됐다. 카드사들의 경우 이들 구간이 국내 전체 가맹점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수익 감소 폭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핵심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서, 연회비는 카드사 입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구조적 대안이 됐다"며, "특히 프리미엄 상품군은 이용량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는 만큼 전략적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카드사들은 연회비 인상과 함께 혜택 구조를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회비 3만~5만원대의 일반형 상품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10만원 이상 구간의 상품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신용카드 검색 사이트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22종 가운데 연회비 10만원 이상인 상품의 비중이 22%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카드 이용자들이 값싼 연회비의 신용카드를 선호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더 비싼 연회비를 지불하더라도 높은 혜택과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혜택 중심의 차별화보다는 고객 세분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연회비 인상분을 정당화하려면 서비스 만족도와 체감 가치를 수치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