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년8개월 만의 사법 리스크 해소…대외 신뢰성 회복
AI·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추진 본격화에 기대감 상승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연합뉴스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연합뉴스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 당시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가 추진하는 카카오톡의 인공지능(AI) 전환 등 신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21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으며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의 SM 주식 매수가 주가에 영양을 미쳤다고 해도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으로 증인 이 씨가 증언을 번복해 허위 진술이 이뤄지면서 진실이 왜곡됐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무죄 판결 후 법원을 나서며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시고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무죄 판결 직후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5.95% 급등한 6만23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카카오페이(3.91%), 카카오게임즈(3.34%), 카카오뱅크(2.84%) 등 주요 계열사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가 투자심리 개선으로 직결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된 부분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만약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았다면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카오는 SM엔터 시세조종 사건에서 범죄 혐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개인이 법률을 위반했을 때 소속된 법인에도 동일한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이 적용돼 함께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카카오로서는 카카오뱅크의 지배력을 상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매주 회의를 열며 스테이블코인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등 카카오는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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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필수 3요소인 플랫폼(카카오), 결제(카카오페이), 은행(카카오뱅크)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가장 유력한 사업자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무죄 판결 전까지는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스테이블코인 사업 추진에 제약이 있었다. 무죄 판결로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본격적인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2022년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전략을 발표하고 2025년 해외 매출 비중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1조2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상승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며 웹툰·웹소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SM엔터와 북미 현지 통합법인을 출범했으며 영국 보이그룹 ‘디어앨리스’의 해외 데뷔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북미, 유럽, 중국 시장에 모바일·콘솔·PC 플랫폼을 확장하며 ‘크로노 오디세이’,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글로벌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SM엔터 인수 과정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확장 전략이 사실상 중단됐었다. 이번 무죄 판결로 김범수 창업자가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추진해 온 글로벌 전략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진행 중인 카카오톡의 인공지능(AI) 전환 역시 본격적인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2025년을 ‘AI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서비스 전반을 AI 중심으로 개편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당장 10월 중 카카오톡에 챗GPT를 탑재해 사용자들이 별도 앱 없이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직접 챗GPT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채팅 탭 상단의 챗GPT 버튼을 통해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5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검색, 이미지 파일 인식, 이미지 생성 등 최신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카카오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약 8개월간 협업을 통해 카카오톡과 챗GPT의 통합 방안을 구체화했다. 카카오톡에서 챗GPT를 활용한 결과물을 채팅방에 바로 공유할 수 있으며 반대로 챗GPT에서도 카카오의 선물하기, 톡캘린더, 멜론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카카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카카오톡에 챗GPT가 탑재되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 일부를 뺏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을 약 9%p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카카오톡의 압도적 국내 모바일 시장 점유율과 AI 결합으로 연간 수천억원의 신규 매출 효를 기대할 수 있다.

챗GPT 외에도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모델 ‘카나나(Kanana)’를 카카오톡에 적용해 사용자 의도에 따른 행동 추천과 업무 완결을 지원할 계획이다. 카나나는 이용자 친화적 AI 메이트 서비스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1일부터 ‘카나나 인 카카오톡’의 베타 테스터를 모집하며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나섰다.

최근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는 취임 이후 그룹 계열사를 대폭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사업총괄 취임 당시 142개였던 계열사를 2024년 3월 132개로, 현재는 99개로 축소했으며 연말까지 80여개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2년 만에 계열사의 30%를 감축한 셈이다.

이는 AI 시대에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문어발식 방만 경영’이라는 사회적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며 재무 구조를 개선하면서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1859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이번 무죄 판결과 관련해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하였음이 확인된 것이라 이해한다.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이 뼈아프다.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직 리스크는 남아 있다. 검찰이 판결문 검토 후 항소를 결정할 경우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1심 무죄 판결은 카카오의 대외적인 신뢰 회복과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카카오가 AI와 스테이블코인 신사업 확장 및 글로벌 확장 전략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석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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