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악용해 서울 아파트 16채 사들인 일당도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최근 8년간 외국인들이 가상자산을 이용해 국내로 빼돌리거나 반출한 불법 자금이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관련된 범죄가 건수로는 90%, 금액으로는 84%를 차지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외환시장의 '뒷문'으로 악용되면서 국내 부동산 불법 취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인이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로 적발된 금액은 총 3조7000억원(28건)에 이른다. 환치기란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국가 간 자금을 불법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25건(3조1500억원)으로 압도적이었다. 나머지는 러시아·호주·베트남이 각각 1건씩이었다. 적발 건수는 2017년 0건, 2018년 3건, 2019년 1건 등 미미했지만 2021년 7건(4320억원)으로 급증한 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엔 각각 8360억원, 9560억원이 적발됐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2632억원(4건)이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환치기는 건당 거래 금액이 워낙 커서 위험성이 높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적발 사례를 보면 그 수법이 치밀하다. 한 중국인 등 외국인 17명은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가격 차이)을 이용한 환치기와 탈세로 서울 아파트 16채를 사들였다. 또 다른 외국인 44명은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 39채를 구매한 혐의로 적발됐다.
환전상 A씨 등은 텔레그램으로 고객을 모집해 현금을 받은 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해 러시아 환치기상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한화 580억원 상당을 불법 송금했다가 관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올해 처음 적발된 러시아발 환치기는 국제 금융망인 스위프트(SWIFT) 제재 이후 스테이블코인 USDT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2021년 가상자산으로 불법 자금을 유입한 뒤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61명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 34명, 미국 19명, 호주 2명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13건(3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영등포구 6건(46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가상자산 환치기 적발 건수(71건)와 금액(9조5000억원) 중 외국인 비중은 각각 40%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건수는 50%, 금액은 무려 90%를 차지했다. 이는 외국인들이 거액을 움직이는 데 가상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수영 의원은 "관세청에 적발된 금액만 3조7000억원 수준이라면 실제로는 그 몇 배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상자산으로 뚫린 외환시장 뒷문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뿐 아니라 이를 통한 부동산 매입 등 자금세탁형 거래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