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드 투어 무대서 드러난 국내 모터스포츠와의 격차
국제 모터스포츠 무대서 현대차 기술력 재차 입증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국제 무대의 벽은 높았다. 국내 첫 'TCR 월드 투어'에서 한국 팀은 홈경기란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글로벌 투어링카 레이스의 정점 무대와의 격차를 체감케 했다.
지난 18~19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길이 3.908km)에서 열린 ‘금호 2025 FIA TCR 월드 투어' 6라운드가 개최됐다. 총 30분 +1랩의 방식으로 진행된 결승은 레이스 1·2·3까지 이틀간 총 세 차례의 스프린트 레이스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주관하는 ‘2025 TCR 월드 투어’의 여섯 번째 경기로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국제 투어링카 시리즈다. TCR 월드 투어는 유럽·아시아·아메리카·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8개국의 서킷을 순회하며 열리는 글로벌 투어링카 최고 등급 대회다.
각국의 TCR 리그 중 일부가 공식 라운드로 지정돼 세계 각지의 챔피언들이 동일한 규정 아래 같은 그리드 위에서 맞붙는다. 축구로 치면 챔피언과 최정상 팀들이 맞붙는 챔피언스리그에 해당하며 각국 최정상 드라이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인 셈이다
인제 라운드는 세 차례 결승으로 구성된다. 레이스1은 예선 결과 순으로, 레이스2는 레이스1 결승 결과 상위 10명의 순서를 뒤집는 리버스 그리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레이스1에서 10위를 차지한 선수가 레이스2의 폴포지션을 잡는 구조다. 마지막 세 번째 레이스는 레이스1과 레이스2의 경기 포인트를 합산해 그리드를 결정한다. 예선 결과뿐 아니라 팀 간 전략 운영이 최종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인제 경기는 그중에서도 아시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평가된다. 대회에는 현대(Hyundai), 혼다(Honda), 링크앤코(Lynk & Co), 아우디(Audi), 쿠프라(CUPRA) 등 5개 글로벌 제조사의 24대 차량이 출전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현대차의 '더 뉴 엘란트라 N TCR(아반떼 N TCR)'이 차지했다.
TCR 월드 투어의 백미는 제조사 중심이 아닌 ‘커스터머 레이싱(Customer Racing)’ 시스템이다. 각 레이싱팀이 제조사 차량을 구매해 직접 세팅과 운영을 맡는 구조로 차량 세팅과 드라이버의 역량, 팀 전략에 따라 매 라운드의 판도가 바뀐다. 이 예측 불가능성이 TCR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을 만든다.
6라운드의 관전 포인트는 국내 팀과 선수들의 출전이었다. 로컬 드라이버 자격으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의 박준의, 박준성 듀오와 KMSA 모터스포츠 N의 최정원 선수가 출전해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박준의는 2024 TCR 이탈리아 레이스2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과 최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2025 TCR 아시아 7라운드에서 정상에 오른 만큼 투어링카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박준성도 2025 TCR 유럽 최종전 레이스2 우승, 2025 TCR 아시아 7라운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인제스피디움 서킷은 강원도 인제군의 산악 지형을 활용한 19개 코너와 최대 40m의 고저차가 특징이다. 드라이버의 기량은 물론 차량 셋업 능력이 성적을 좌우하는 서킷 중 하나다. 무대가 한국인 만큼 경험이 많은 국내 팀과 선수들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연습 경기에서도 박준의가 통합 1위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의 이번 세 차례 결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18일 열린 레이스1에서는 타이어 전략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경기 중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9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박준의가 15위, 8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박준성이 20위로 순위가 밀리며 경기를 마쳤다. 홈 경기임에도 데이터 싸움에서 해외 팀에게 패한 것은 사실상 뼈아픈 결과였다.
19일 오전에 펼친 레이스2에서는 박준의가 2번 코너 구간에서 접촉 사고로 리타이어 했고 박준성 역시 차량 손상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2경기 연속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히며 홈 팬 앞에서 완주조차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마지막 레이스3에서는 한결 안정된 주행을 선보였다. 박준성은 후미권(21번 그리드)에서 출발했음에도 11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최후미(22번 그리드)로 출발한 박준의도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며 16위를 기록하면서 국제 무대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회의 정상 자리에는 쟁쟁한 해외 선수들이 올랐다. 레이스1은 TCR 호주 챔피언 출신 조슈아 부첸(HMO 커스터머 레이싱, 현대 엘란트라 N TCR)이 폴투윈을 달성했다. 레이스2에서는 2022 TCR 월드 챔피언 출신 미켈 아즈코나(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 현대 더 뉴 엘란트라 N TCR)가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레이스3은 테드 비요크(Cyan Racing Lynk & Co)가 안정적인 페이스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아 6라운드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편 현대차의 더 뉴 엘란트라 N TCR은 레이스1·2에서 모두 우승을 거두며 국내 모터스포츠 팬 앞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TCR 월드 투어에서 거둔 이번 성과는 더 뉴 엘란트라 N TCR의 저력을 증명한 무대였다.
곽호준 기자 kh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