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아이온2’ 출시, 탈 리니지 전략에 성패 달려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엔씨소프트가 올해 3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비스까지 한 달 남은 기대작 ‘아이온2’의 흥행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3분기 매출 3500억~3600억원대에 영업손실 100억~2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을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하반기를 지나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엔씨소프트지만 신작의 장기 부재와 기존 서비스 게임의 매출 둔화 등이 겹치며 2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둔화다. 특히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리니지M’의 3분기 매출은 1100억원대로 전년 대비 30%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와 콘솔게임 매출은 800억원대로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모바일게임 전체의 매출이 2100억원 미만으로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의 추가 일회성 퇴직금 약 160억원이 3분기 인건비에 반영되면서 영업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이온2 사전 마케팅과 ‘블레이드앤소울 히어로즈(국내명: 호연)’ 북미 출시 등으로 마케팅비가 3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 것 역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소재 구사옥 ‘엔씨타워1’을 4435억원에 매각하며 3600억원의 매각 차익을 올렸다. 이는 기타 이익으로 반영돼 당기순이익은 2500억~3000억원대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 개선과는 무관한 일회성 요인이다.
4분기에는 기다리던 아이온2가 출시되면서 엔씨소프트의 실적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시 예정일을 11월 19일로 확정한 아이온2는 지금까지 사전예약자만 350만명을 넘겼으며 지난 16일 진행한 ‘캐릭터명 선점 이벤트’에서도 시장의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명 선점 이벤트 1차 모집은 시작 2분 만에 마감됐고 이후 총 세 번의 추가 모집을 진행해 모두 조기 마감시켰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리버스’가 출시 초기 일매출 21억원, ‘RF 온라인 넥스트’가 일매출 19억원을 올린 것에 비춰 아이온2가 출시 초기 일매출 22억~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아이온2의 4분기 기대 매출은 1000억원 전후가 될 전망이다. 이는 모바일 플랫폼만 집계한 것으로 PC 매출을 더해 지면 2배 이상의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이온2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리니지 시스템의 탈피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리니지M’의 성공 이후 리니지M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라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쏟아지며 점차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몰락도 리니지 라이크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부터 체재 정비에 들어간 엔씨소프트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탈 리니지 라이크를 선언하고 신작 게임들에서 리니지 색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한 번 덧씌워진 인식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고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버린 신작 게임들은 매출 면에서 타격을 입으면서 엔씨소프트 암흑기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정리하면 아이온2는 리니지 라이크의 핵심적인 시스템을 대부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된다. 자동 전투를 통한 성장과 극한의 PvP(이용자 간 경쟁)를 유도하고 이를 위한 과도한 과금 모델 등이 리니지 라이크의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아이온2는 자동 전투를 없애고 PvE(이용자 협동) 콘텐츠를 강화하는 한편 강제적인 PvP를 축소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리니지 라이크식 과금의 문제점인 페이 투 윈(pay to win)을 배제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다. 페이 투 윈은 과금을 통한 캐릭터 성장을 가능케 해 돈을 많이 쓸수록 PvP에서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과금 방식이다. 경쟁이 주요 콘텐츠인 리니지 라이크 장르에서는 사실상 지출을 강제하는 요소로 리니지 라이크 비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이온2의 과금 모델은 캐릭터의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멤버십 중심의 요금제로 구성됐으며 다른 과금 아이템에도 능력치가 붙지 않는 등 기존 리니지 라이크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로 구성됐다.
다만 이러한 과금 방식은 리니지 라이크와 비교했을 때 이용자당 수익이 확연히 감소하게 되므로 단기적인 기대 매출 면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이온2가 기대만큼의 완성도를 갖췄다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게임의 수명을 길게 끌어갈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온2는 그동안 내부 정비에 집중해 왔던 엔씨소프트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리니지 라이크 탈피를 선언한 아이온2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엔씨소프트는 실적 개선과 함께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