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인천)=신희재 기자 | "최대 12년을 보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37)이 한국 배구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개막전을 마친 뒤 친정팀이 준비한 은퇴식에 나섰다. 앞서 2월 현역 은퇴 선언 후 수차례 열렸던 기념 행사의 연장선이다. 5401명의 홈 관중 앞에서 구단 최초 영구결번(10번)으로 지정된 김연경은 부모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작별 인사를 남겼다.
이날 스카이박스에서 흥국생명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지켜본 김연경은 약 1시간 동안 열린 은퇴식 후 인터뷰실로 이동해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그는 "(몇 번째 은퇴식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오늘이 진짜 마지막 은퇴식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후 자신이 빠진 흥국생명의 경기를 지켜본 소감,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 촬영 후기 등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1년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 후 세대교체 실패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 7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1승 11패에 그치며 18개 팀 중 최하위로 강등되기도 했다.
김연경은 향후 배구계 과제로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지금도 많은 팬들이 관심을 두고 계시지만, 성적이 따라오면 (더 많은) 국민이 사랑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 현재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더라도 4년, 8년, 12년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V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과 2군 리그 창설을 주장했다. 우선 김연경은 "현재 V리그 구조상 국내 선수들이 외국 선수, 해외 리그보다 연봉이 높아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다"며 "그렇다면 차라리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와 V리그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했던 남자부 대한항공 정지석(30)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2군 리그에 대해서는 "흔히 ‘선수가 없다’고 하지만 1군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 실업팀 선수들, 은퇴 선수들만 모아도 만들 수 있다"며 "자원은 충분하다. (2군 리그 창설을 위해) 하루빨리 노력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연경은 은퇴 후에도 흥국생명 어드바이저, KYK 재단, 방송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배구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흥국생명 홈 경기에도 꾸준히 찾아 팀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예정이다. 그는 "은퇴 후 쉴 틈 없는 일정을 보냈다"며 "이제는 조금 여유를 찾고, 앞으로의 방향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신희재 기자 gale032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