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FIU 임원변경 승인...韓 재진입 확정
복수 은행과 제휴...BNB 시스템 도입도
바이낸스 자체 토큰인 'BNB로고./바이낸스
바이낸스 자체 토큰인 'BNB로고./바이낸스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최종 마무리한 가운데 기존 '1거래소 1은행' 구조를 넘어 복수 은행과의 제휴를 추진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5일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며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재진입을 사실상 승인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2월 고팍스 지분 67.45%를 인수하며 대주주가 됐지만 임원 변경 신고 수리가 2년 넘게 지연되며 발목이 잡혀 있었다. 지난달 리처드 텡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방한해 금융당국에 피해자 구제 의지를 전달하는 등 해법 모색에 나선 끝에 이번 승인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CZ)까지 비공개로 방한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은행권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고강도 물밑 작업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일단 시중은행과의 제휴가 우선"이라며 "1거래소 1은행이 아닌 1거래소 n은행 전략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의 물밑 작업은 현재 끝낸 상태다. 이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단일 은행과 실명계좌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복수의 은행과 동시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구조적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KB국민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단독 제휴를 맺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데 은행이 계약을 해지하면 거래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바이낸스의 자체 토큰 BNB 기반 서비스 도입도 예고됐다. BNB는 바이낸스 생태계에서 거래 수수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핵심 코인으로 바이낸스는 등급별로 최저 0.01%대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여기에 BNB를 활용하면 최대 25% 추가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0.05% 수수료를 적용하는 업비트·빗썸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직접적 혜택이 예상된다. 고팍스에서 BNB 코인으로 거래 수수료를 낮출 수 있게 되면 소액 투자자일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하루에도 수십 번 거래하는 단타 투자자의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BNB 보유자들은 바이낸스가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나 신규 코인 상장 참여 기회도 얻게 된다.

국내 거래소 지형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다. 17일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코인게코 기준에 따르면 국내 원화 거래소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 63.5%, 빗썸 32.9%, 코인원 3.8%, 코빗 0.8%, 고팍스 0.07% 순이다. 1위와 5위의 격차가 약 900배에 달하는 초격차 구도다.

하지만 바이낸스의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2억9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데다 일일 거래량이 약 200억 달러(28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1위 거래소다. 업비트와 빗썸의 일일 거래량이 각각 약 16억 달러(2조2000억원), 약 7억 달러(1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위 업비트도 바이낸스의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이 같은 압도적 규모 차이 때문에 업계는 오더북(호가창) 공유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오더북 공유가 허용되면 바이낸스의 풍부한 유동성이 고팍스로 흘러들어 업비트·빗썸 양강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현행법상 해외 거래소와의 시스템 연동에는 당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더북 공유가 실현되면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의 유동성을 직접 이용할 수 있어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며 "다만 바이낸스로서는 오더북 공유와 함께 외국계 임원에 대한 반감을 완화하는 것이 국내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바이낸스는 단순 거래소 사업을 넘어 결제 및 신용카드 부문으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과의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거래소를 넘어 결제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 영역에서도 시너지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낸스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복수 은행 제휴의 실현 가능성과 바이낸스의 주력 사업인 선물·파생상품 거래가 국내에서 금지돼 있다는 점이 과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계좌 운영 은행 확보와 국내 규제 준수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