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결함 인지 했을 것 VS 감사의견 범위 아냐
"상황에 따라 추가 절차 수립 요구될 수 있어"
|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 제주도에 위치한 골프장 경리 직원이 약 4년간 55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2년 연속 ‘적정의견’을 내 부실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A 골프장은 지난 8월, B 회계법인과 소속 공인회계사 C 씨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제주서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 A 골프장의 최근 3년간(2022~2024년도) 외부회계 감사업무를 담당했다. 2022년과 2023년 감사보고서에 모두 적정 의견을 냈으나, 이 기간 골프장 경리 직원 D 씨의 범행은 올해 1월이 돼서야 밝혀졌다.
D 씨는 지난 2021년부터 A 골프장의 경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2022년 2월 2500만원 무단 출금을 시작으로, 2025년 1월까지 총 66회에 걸쳐 55억가량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D 씨는 상급자로부터 회사 법인계좌 OTP 번호를 받은 뒤, 자금을 인출해 개인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유용했다. 상급자에게는 주로 국세 및 전기요금 납부 등을 목적으로 결재를 받았으며, 이렇게 빼돌린 금액은 주로 가상화폐 투자나 개인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했다.
그는 회사 결재 시스템 취약점을 악용하고, 입출금거래 시 적요란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 골프장은 실질적인 피해액이 2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제주지방검찰청은 D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으로 기소했고,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5월 징역 6년 실형을 선고했다.
골프장 측은 이번 사태가 지역 회계법인의 허술하고 형식적인 외부감사 운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업장 상황에 맞춘 감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횡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회사의 재무 전반을 직원 한 명이 전담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보다 철저한 감사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 제도 적용 기준은 2018년부터 직전연도 자산 1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정해졌지만, 2023년부터는 기준이 5000억원으로 상향됐다. 비상장사인 A 골프장은 2022년과 2023년 자산이 각각 2100억원, 2031억원으로 집계돼 내부통제 테스트 등 제도 운영 대상에서는 제외된 상태다.
A 골프장 관계자는 "매출의 경우 회원권 관리(납부·반환)가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해당 부분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실제로 직원이 회원권 상환 금액을 회계상 변칙 처리해 횡령한 경우도 있었다. 회원권 반환 여부를 실질적으로 확인했더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사 출납계좌에서 수차례 이상 징후가 포착됐고, 1억원이 넘는 고액 출금 건도 다수 있었음에도 외부감사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 골프장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회계사 C 씨는 경리직원 D 씨로부터 회계자료를 전달받아 회사의 보통예금인출 내역을 샘플링 또는 전수검사 방식으로 확인 후 감사를 진행한다"며 "회사의 내부 통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2022년과 2023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란에 적정의견으로 기재, 왜곡표시나 결함이 있다는 점을 누락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계법인과 C 씨는 회계감사 기준에 맞춰 정상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임직원의 고의적 횡령을 적발하는 것은 외부감사의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C 씨는 "회계감사는 기업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작성됐는 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감사 기준에서 제시하는 방법론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횡령 등을 발견한 사항이 있으면 회사와 소통하는 것이지, 감사의견 제시와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장 내부 직원이었던 횡령인과 내부의 관련 임직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횡령에 대한 책임을 제3자인 회계감사인에게 묻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골프장 횡령 사건과 관련해 회계 전문가는 내부 직원이 단독으로 회계를 담당하고 있음을 인지했다면, 감사계획 수립 시 이를 고려해 일반적인 절차 외 추가 절차 수립이 요구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회계 전문가는 "현금 계정의 경우 회사의 상황을 고려 시 부정위험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실사, 외부 조회 외에도 추가적인 감사 절차를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수민 기자 sum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