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2부) 충남아산FC가 “10월부터 선수단 임금이 미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스스로 밝혔다. 말 그대로 ‘임금 체불 예고문’이다.
충남아산은 15일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수 선수 추가 영입 및 선수단 확대 등 K리그1(1부) 진출을 목표로 2025년 시즌을 운영하였으나, 경기 불황과 충남권 호우 피해 등으로 시즌 초 예상했던 기업 후원 등 구단 수입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구단 운영을 위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재정 불균형이 발생하였으며, 2025년 10월부터는 선수단 임금이 미지급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 재정 건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선수단 규모 대폭 축소, 지출 구조 전면 재조정, 조직 슬림화 등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위기관리 능력은 의문이다. 충남아산은 등록 선수가 50명으로 K리그2 14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애초 예산에 맞는 선수단 구성에 실패했다. 그런데도 정작 구단 대표이사는 최근 임기를 연장했다. 2023년 10월 취임한 이준일 대표는 이달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시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진 끝에,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즉각 상황 파악에 나섰다. 충남아산으로부터 경위서와 올해 추정 손익계산서를 제출받아 검토할 예정이다. 만약 예고대로 임금을 체불할 경우 상벌규정에 따라 강력한 징계가 불가피하다. 연맹 선수규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선수 연봉을 체불한 구단에 ▲하부리그 강등 ▲6개월 이하 자격 정지 ▲승점 감점 ▲1000만원 이상 제재금 등의 징계를 명시하고 있다.
프로 리그에서 선수는 곧 ‘직장인’이다. 노동 계약에 따라 매달 임금을 당연히 받는다. 그런데 이들에게 “다음 달부터 월급을 줄 수 없다”고 미리 공지하는 곳은 직장이자 프로 구단이라고 볼 수 없다.
충남아산의 발표는 구단 운영의 실패를 넘어, K리그 시도민구단 시스템 전체에 경종을 울린다. 현재 14개 시도민구단에는 2025년 한 해에만 1216억원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된다. 이는 전년도보다 129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수원FC(162억원), 강원FC(120억원), 광주FC(110억원), 충남아산(70억원, 도비 30억원 포함) 등 대부분의 구단이 수십억 원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돼도 성적은 바닥을 맴돈다. 충남아산은 K리그2 9위(승점 43)다. ‘세금 투입이 곧 경쟁력’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문제의 본질은 시도민구단이 ‘시도민의 구단’이 아닌 ‘세금의 구단’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메우고, 후원이 줄면 임금이 밀리며, 적자가 나면 다시 세금이 투입된다. 이 악순환 속에서 경영 혁신이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관중 유치, 콘텐츠 확장, 팬 커뮤니티 강화 등 수익 다각화 노력은 부재하다. 결과적으로 구단은 ‘행정’의 품 안에서 연명하면서 공공성을 잃은 채 하나의 ‘행정 사업’으로 전락했다.
충남아산 사태는 시도민구단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로를 자처하면서 ‘노동의 기본’인 임금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명분도 무의미하다. 선수는 직업인이자 노동자이며, 월급은 생계이자 계약의 핵심이다. 이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선언은 곧 프로의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는 일이다. 진정한 시도민의 구단이라면, 세금에 의존해 명맥만 이어가기보다 최소한의 상식인 ‘임금 지급’부터 지켜야 한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