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기 중 드러난 운영 미숙…공인대회 신뢰도 ‘흔들’
참가·관중 늘었지만 안전·판정·운영 '논란'
내년 개최 앞두고 논란 확산…"운영 개선 시급"
2025 인제마스터즈 내구 레이스  5라운드 시상식 모습./곽호준 기자
2025 인제마스터즈 내구 레이스  5라운드 시상식 모습./곽호준 기자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국내 최대의 공인 모터스포츠 내구레이스 ‘인제마스터즈 시리즈’가 주최측의 허술한 경기 운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2025 인제마스터즈 시리즈’가 5라운드 최종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공인 레이스 챔피언십으로 자리잡으며 참가 선수와 관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과거 슈퍼레이스 중계팀과 해설진까지 투입돼 공인대회로서의 면모를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대회의 외형 성장과는 달리 주최측 운영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회의 기본인 안전관리와 규정 집행, 판정 등 운영상 잦은 실수가 발생하면서 '공인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했다는 불만과 제보가 잇따랐다.

대회의 공식 연습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레이스카 동승석에 탑승하며 '택시 타임(동승자를 태우고 트랙을 도는 체험 주행)'을 즐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회 규정에 관련 조항은 없지만, 공인 레이스의 공식 연습 세션에서 일반인 탑승은 안전상 명백한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주최측은 별다른 제재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보자는 "대회의 공식 연습 중에 반팔·반바지 차림의 일반인이 레이스카 동승석에 올라 택시 주행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트랙데이(개인 차량으로 트랙을 주행하는 체험 행사)를 보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인제스피디움에 마련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오프로드 파쿠르' 체험장 모습./차봇모터스
인제스피디움에 마련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오프로드 파쿠르' 체험장 모습./차봇모터스

연습 도중 레이스카 외 차량이 달렸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한 레이스팀 관계자는 "연습이 한참 진행 중이던 때 경기와 무관한 오프로드 전용 차량이 트랙을 달려 연습 중인 선수들에게 무전으로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해당 차량은 인제스피디움 측이 오프로드 체험용으로 운용 중인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측의 ‘서비스로드(트랙 외곽의 비상 통로)' 진입 목적으로 투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사전 공지 없이 공식 연습 중 경기와 무관한 차량을 코스에 투입한 것은 운영상 명백한 문제로 지적된다.

결승 시작 전 그리드 정렬 과정에서도 운영 혼선이 빚어졌다. 주최측이 선수들에게 배포한 타임테이블에는 '피트 게이트 오픈 및 코스 인' 시간이 오후 1시45분부터 2시까지로 안내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1시50분에 게이트가 닫히면서 일부 선수들이 경기장 진입을 하지 못한 사태도 벌어졌다. 

이로 인해 예정된 그리드에 서지 못한 팀들은 ‘피트 스타트’로 경기를 시작해야 했고, 현장에서는 "공지한 일정과 실제 경기 진행 시간이 다르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따라 피해를 본 레이스팀 관계자는 "예선에서 1등을 기록했는데 잘못된 시간 안내로 피트 스타트로 시작하게 돼 결승을 망쳤다"며 "결승 직전의 혼선은 명백한 주최측의 운영 실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1일에 열린 '2025 인제마스터즈 내구레이스'의 타임테이블. 본래 피트 게이트 및 코스 인 시간을 별개로 피트게이트 닫는 시간을 따로 안내해야 되지만, 주최측에서 14:00까지로 시간을 안내해 선수들의 혼선이 빚어졌다./인제마스터즈 
지난 11일에 열린 '2025 인제마스터즈 내구레이스'의 타임테이블. 본래 피트 게이트 및 코스 인 시간을 별개로 피트게이트 닫는 시간을 따로 안내해야 되지만, 주최측에서 14:00까지로 시간을 안내해 선수들의 혼선이 빚어졌다./인제마스터즈 
지난 11일에 열린 '2025 인제마스터즈 내구레이스'에서 일부 선수들이 타임테이블 혼선으로 코스인을 하지 못한 모습.(사진 우측 상단) 그리드 정렬에서는 예선 1위와 3위가 코스인을 하지 못해 1번과 3번 그리드가 비워져 있다./인제마스터즈 유튜브 중계화면 캡처 
지난 11일에 열린 '2025 인제마스터즈 내구레이스'에서 일부 선수들이 타임테이블 혼선으로 코스인을 하지 못한 모습.(사진 우측 상단) 그리드 정렬에서는 예선 1위와 3위가 코스인을 하지 못해 1번과 3번 그리드가 비워져 있다./인제마스터즈 유튜브 중계화면 캡처 

경기 종료 후에도 판정 오류와 미흡한 운영이 논란이 됐다. 결승 중 의무 피트스톱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일부 팀에 페널티가 부과됐지만, 이에 대한 공식 심사 결정문이나 근거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후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일부 팀에 대한 해당 페널티는 주최측의 착오로 인한 잘못된 판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기 종료 후 필수 절차인 ‘검차’(차량의 규정 적합성 점검)도 생략됐다. 규정상 결승 후에는 차량의 중량 및 급유 상태, 안전장비, 레이스카 규정 적합성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주최측은 별도의 검차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검차조차 하지 않은 공인대회가 신뢰를 말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문제는 인제마스터즈가 단발성 이벤트 대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최측은 내년까지 대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회 규모와 인지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미숙한 운영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명한 경기 운영이 뒷받침될 때 공인 내구레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공인 레이스 대회로서의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공정성"이라며 "주최측이 운영 방식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선수들의 의견을 꾸준히 반영해야 보다 발전된 대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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