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P 신작 부재, 뽑기 아이템 규제 등 게임업계 침체 영향
李대통령 "게임 중독물질로 규정 추월당해…정책방향 바꾸겠다"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등 국내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 게임업계는 우울한 기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상장 게임사의 주가를 살펴보면 펄어비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 달 사이 주가 낙폭이 가장 큰 게임사는 컴투스와 웹젠으로 약 12%의 하락세를 보였다. 두 회사 모두 지난달 출시한 신작 MMORPG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달 18일 신작 MMORPG ‘더 스타라이트’를 출시했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최고 매출 순위 16위를 찍고 바로 40위권까지 하락한 상태다.
컴투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프로야구의 흥행에 힘입어 야구게임을 비롯한 스포츠게임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좋게 나오면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표 IP인 ‘서머너스 워’의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난 5월 출시한 파생작인 ‘서머너즈 워: 러쉬’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실패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스타라이트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웹젠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웹젠은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주력 IP인 ‘뮤(Mu)’의 매출 감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뒤를 받쳐줄 신작이 없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25일 출시한 신작 MMORPG ‘R2 오리진’ 역시 경쟁작들을 넘지 못하고 현재 40위권의 매출 순위를 보여주고 있다.
견조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도 우하향인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3분기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크래프톤도 한 달 사이 약 9%의 주가가 빠졌다. 최근 신작 ‘뱀피르’를 출시하며 올해 3개의 신작을 연이어 흥행시킨 넷마블도 같은 기간 10% 이상 하락했다.
올해 지스타 2025 게임쇼의 메인 스폰서를 맡으며 ‘아이온2’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엔씨소프트 역시 약 9%가 빠지며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 더블유게임즈, 위메이드, 그라비티, 시프트업, 넥슨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가 모두 하락세를 그리며 주식 시장 호황에 역행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게임주의 저평가에 대해 하반기 눈에 띄는 기대작의 부재와 게임산업법 개정으로 인한 불확정 요소 증대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다수의 신작 MMORPG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를 제외하면 시장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기대를 받던 카카오게임즈 신작들이 대거 내년으로 연기된 것도 게임 시장 전반의 활력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국내 게임 시장 침체는 지스타 2025의 축소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메인 스폰서로 참가했던 넥슨이 빠진 올해 지스타는 작년 대비 부스 규모가 10% 줄면서 글로벌 게임쇼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게임사들 위주로 운영되던 지스타의 규모 축소는 국내 게임사들이 당분간 선보일 신작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와 함께 ‘컴플리트 가챠’라 불리는 사행성 뽑기 아이템의 규제 움직임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그동안 이중 뽑기 방식으로 과도한 지출을 유도한다고 지적 받아온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을 봉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게임산업법 전체를 뜯어 고치는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게임업계의 오랜 숙원인 심의제도 개편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 안에 각기 다른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주의 약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AI와 반도체 분야로 투자금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게임업계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든 올해 하반기 게임업계 전반의 매력이 감소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게임주의 약세 속에서도 펄어비스와 네오위즈 등 일부 게임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펄어비스의 경우 기대작 ‘붉은사막’의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지난 8월 24%의 폭락을 겪었지만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내년 3월 19일로 확정하면서 한 달 동안 약 5%의 상승세를 보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시장을 견인할 대형 IP의 부재가 올해 하반기 게임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11월 출시 예정인 아이온2와 내년 3월 붉은사막의 흥행 여부가 게임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취임 전부터 게임산업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서울 성수 펍지 사옥에서 열린 ‘K-게임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게임이 재미있으니 몰입도가 높아서 과몰입이 문제가 됐는데 이를 중독 물질로 규정해 억압을 하면서 게임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며 “이제는 정책 방향을 바꿔 게임과 같은 문화산업을 육성해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