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수영 의원 "국세청 준비 구멍투성이" 지적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빼돌린 돈이 올해에만 1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7년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해 대규모 탈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기획재정위 간사)이 14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9개월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에서 해외로 출고된 가상자산은 124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3년 한 해 출고액 45조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가 7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빗썸이 4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원화로는 해외 거래소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 뒤 해외로 송금하는 우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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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가상자산은 123조5000억원으로, 8000억원 가량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작년에는 순유출 규모가 2조8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유출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해외 투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선물거래나 차익거래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 뒤 국내로 돈을 가져와도 과세당국이 이를 추적할 시스템이 전무하다.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투자자가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는지 '취득원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에 가상자산을 샀는지 국세청이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세청의 준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가상자산 과세를 담당하는 인력은 5급과 6급 공무원 각 1명뿐이다. 그마저도 과세 시행이 2027년으로 미뤄지면서 인력 배치마저 보류된 상태다.

정부는 해외에서 국내로 가상자산을 들여올 때 투자자가 스스로 취득원가를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가 취득원가를 부풀려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을 안고 있다.

2027년 OECD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도입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전체 거래량만 파악할 뿐 개별 투자자의 구체적인 거래 내역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는 투자자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의적인 탈세나 축소 신고를 걸러낼 인력도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채 과세 시점만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박수영 의원은 "국내에서 해외로의 '코인 무브' 속에서 국세청의 투자자 보호와 과세 대비는 구멍투성이"라며 "가상자산 유출에 대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철저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세 인프라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만큼 과세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국가 재정에도 큰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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