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애플, 혁신과 안정 사이 균형 유지 과제
차기 CEO, AI·XR·전기차 등 신사업 성패 관건
중국 경쟁·글로벌 규제 속 성장 전략 시험대
팀 쿡 애플 CEO가 2017년 캘리포니아주 쿠퍼니노 애플 캠퍼스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시작하고 있다. 쿡 CEO 뒤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잡스 사진이 배경으로 깔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애플이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후임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이 14년간 이끈 애플을 이어받을 후임자는 애플을 다시 '혁신'의 상징으로 올려놓아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쿡 CEO가 오는 11월 1일로 만 65세를 맞으면서 애플은 앞으로 있을 원활한 승계를 위해 막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애플을 떠났던 나이는 56세다.

블룸버그가 점치는 CEO 후보는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존 터너스 등이다. 50세인 터너스는 20년간 애플에서 아이패드, 맥, 에어팟 등 주요 제품 개발에 책임자로 참여했다.

56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와 월드와이드 마케팅 수석 부사장인 62세 그렉 조스위악도 가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2009년부터 애플에 재직한 페더리기는 행사에서 제품을 발표하는 등 홍보에 앞장서며 잘 알려져 있다. 1987년부터 애플과 함께해 온 조스위악은 아이패드와 아이폰 출시를 지휘했다.

천재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올려놓았다면 팀 쿡은 애플의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나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팀 쿡이 지휘봉을 잡은 뒤 애플의 주가는 18배 뛰었다. 일부 외신은 쿡의 애플이 잡스의 애플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의 시작은 잡스였지만 애플을 키운 건 팀 쿡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팀 쿡은 공급망 관리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살려 재고를 쌓지 않는 애플만의 로직을 개발했다. 모든 생산 과정을 위탁생산으로 전환해 공장 없는 애플 특유의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잡스의 애플이 아이폰에 의존했다면 팀 쿡은 애플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며 생태계를 확장시켰다.

애플워치, 에어팟, 애플펜슬 등 부드러운 애플 제품을 촘촘히 집약했으며 아이클라우드, 애플페이, 애플TV+ 같은 구독 서비스를 비즈니스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아이폰과 추가 제품, 서비스가 서로의 판매를 촉진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구도가 팀 쿡의 청사진이었다.

아픈 손가락도 있었다. 확장현실(XR)을 구현하는 신제품 '비전프로' 판매 부진과 전기차 사업 포기 등이다. 글로벌 IT 업체가 AI 서비스로 급변하는데 애플 시리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는 아직도 지연돼 뚜렷한 AI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I 기능을 스마트폰에 도입하며 S24의 판매고를 올리는 동안 애플은 'AI 지진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 체제에서 가졌던 '혁신'의 바람을 다시 불어넣는 게 차기 CEO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올해 애플은 여러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판매처 중국 시장의 소비 부진 속 샤오미, 화웨이 등 자국 업체와 경쟁이 심화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폰 미국 생산을 요구해 25% 관세를 시사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나 EU 등 글로벌 정부의 앱스토어 규제 등 법적 규제 리스크도 계속 커지고 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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