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TF 자금 유입에도 거시 변수 타격
청산 폭풍에 환율까지 겹쳐 이중고
/pexels
/pexels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이 11만2663달러까지 급락하며 11만달러 붕괴 위기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전면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몰리면서 하루새 6% 넘게 폭락했다.

11일 코인마켓에 따르면 오후 1시 56분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6.86% 하락한 11만2969달러(약 1억6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는 12만26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만7000달러까지 폭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더리움은 12.11% 급락한 3818달러(약 540만원)를 기록하며 비트코인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미국 증시는 2% 이상 하락했고, 가상자산이 일제히 급락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은 달러지수(DXY) 반등으로 이어졌는데, 이것이 비트코인 급락의 또 다른 방아쇠 역할을 했다.

달러지수는 현재 99.04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발언 직후 99.43까지 치솟으며 반등세를 보였다. 달러지수는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전형적인 역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이 전통적으로 DXY와 역상관 관계를 보여왔으며,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비트코인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자금 배분 패턴 때문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서는 이탈이 일어난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생상품과 마진 거래에서 시간당 수십억달러 규모의 강제청산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단기 레버리지 매수 포지션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하락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70억달러(약 9조4000억원) 상당의 강제청산이 발생했다. 이 중 비트코인 청산 규모는 2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달러 강세가 이중고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이 11일 개장 직후 142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었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로 표시되는 비트코인을 매수할 때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이 원화 기준으로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 표시 가격 하락에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이중 타격을 받은 셈이다.

올해 비트코인 상승을 주도한 것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과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확대였다. 로이터는 앞서 "비트코인 랠리가 개인 투기보다는 기관 수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도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은 여전했다. 이번 급락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방어적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레버리지 포지션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산 과정에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현금 비중 확대도 필요하다. ETF 자금 유입이 수급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만,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는 두 가지 경로로 국내 비트코인 투자에 악영향을 준다"며 "우선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 자체가 하락하고, 동시에 환율 상승으로 원화 기준 투자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달러 강세 지속 여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져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되는데, 이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전문가는 "관세 발표나 환율 변동,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 거시경제 이벤트 전후로는 포지션을 가볍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신고가 근처와 급락 저점 사이의 저항·지지 구간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추격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와 적절한 수익 실현이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 자금 유입에 따른 구조적 상승 모멘텀과 거시 충격에 따른 단기 급락이 공존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이 투자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헤지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추세 지속을 기대하기보다는 변동성 장세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전시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