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지원 등에 업고 반도체 패권전 정면 돌파
수율·상용화 관건…“진정성 시험대 될 것”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쇠락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공정 ‘18A(1.8나노)’ 개발에 성공하면서 부활 신호탄을 쐈다. 반도체 제조 역량에서 우위를 자신해온 삼성전자, 대만 TSMC를 앞지른 이번 성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18A 공정 기반 최초의 인공지능(AI) PC 플랫폼인 팬서 레이크를 공개했다고 10일 밝혔다. 세계 최초로 2나노 양산을 시작한 것이다. 기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부진으로 부침을 겪었으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의 3나노를 한단계 뛰어넘는 기술을 발표했다.
인텔 18A는 ‘파운드리 복귀’를 기치로 내걸었던 팻 겔싱어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발표한 ‘4년 내 5개 공정 돌입(5N4Y)’의 종착점이다. 인텔은 기술적 우위를 잃고 인공지능(AI) 관련 성과도 내지 못해 지난해 주가가 60% 폭락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3월 립부 탄 CEO가 취임한 후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는 중으로 최근 주가가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텔이 경쟁사보다 앞서 18A를 양산을 했다는건 엄청난 기술의 진보"라며 "노트북, 모바일 등 자사 제품에 칩이 적용되기만 해도 시장 반전을 노릴 만한 부분이 된다. 인텔 처럼 내부거래가 많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내실'이다. 인텔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18A 공정은 차세대 리본펫(RibbonFET)과 파워비아(Backside Power Delivery)를 동시에 구현하지만 수율 문제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7월 18A 수율이 10%대에 불과하다는 보도에 인텔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인텔이 기술적 성공을 상업적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파운드리 부활이 아닌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양팽 연구원은 "10나노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던 인텔이 최신 제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시장의 궁금증으로, 인텔이 수율을 빨리 높이면 현재 적자를 단번에 전환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실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인텔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하에 세계 최초 최첨단 2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발표하자 국내 업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 공정보다도 실제 수주를 통한 기술력 입증이다. 이번 발표가 당면한 위협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기서 나온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리쇼어링의 상징에서 수익성 악화에 골칫덩이로 전락할 뻔한 인텔은 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불과 수개월 만에 최첨단 공정으로 경쟁사를 앞지르는 등 빠르게 경영을 정상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에 대해서는 반도체 보조금을 출자 전환하는 식으로 지분 10%를 확보해 인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또 펜서 레이크가 대량 생산되는 미국 애리조나주 신규 파운드리 '팹52'는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약속했던 시설이다.
미 정부의 '인텔 살리기' 기조 하에 자국 빅테크도 우군으로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 정부와 엔비디아·소프트뱅크 등이 투자를 단행하면서 인텔의 주가는 최근 1개월간 5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앞서 인텔은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고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