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국회의 본래 취지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정책과 제도를 점검하는 데 있다. 하지만 국감장은 해마다 ‘기업 심문’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정책감사보다는 대기업 CEO를 불러세워 호통치는 장면만 각인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올해 국감에도 다수의 식품, 뷰티 기업인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도세호 SPC 대표이사,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이종근 명륜당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국감에서는 갑질 논란, 불공정 거래, 식품 안전·위생 논란, 사망 사고·산업 재해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다수의 기업들은 ‘국감 소환’을 대비해 대관 인력을 보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번 국감 시즌만 되면 이번엔 또 어떤 ‘호통’을 들어야 할지 걱정해야 하는 게 기업인들의 실정이다.
국감은 표면적으로 ‘소비자 보호’와 ‘민생 점검’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뒤에는 늘 같은 그림이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해 질책할 경우 ‘값을 왜 올렸느냐’고 호통치고 끝이 난다. 정작 대책 마련에는 뒷전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작 제품의 가격을 좌우하는 환율, 원자재비, 물류비, 인건비, 세금, 유통 구조는 깊이 논의되지 않는다. 이는 기업만 탓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식품은 국제 시세에 따라 원가가 출렁인다. 뷰티업계는 글로벌 인증·유통 규제 강화로 추가 비용을 떠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게 아닌 ‘호통’으로 끝나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국감은 ‘정책감사’가 아니라 ‘정치 퍼포먼스’로 전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감은 정부 정책과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는 자리여야 한다. 예를 들어 식품 산업이라면 원재료 가격 급등기에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는 세제 지원이나 공급망 안정화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
뷰티 산업이라면 글로벌 인증 절차 간소화, 수출 보험 확대, 중소 브랜드 R&D 세액공제 같은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국감은 이런 논의보다 ‘국민 앞에 사과하세요’라는 장면을 만드는 데 집중돼 있다.
정부 역시 책임이 있다. 물가나 민심이 흔들릴 때마다 기업 압박을 통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해 왔다. 이는 정책의 공백을 가리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기업을 세워놓고 호통을 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도, 민생 안정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감은 ‘기업 때리기’로 분노를 해소할 게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허점을 메우는 ‘정책감사’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이 책임질 부분은 분명히 따지는 게 응당하지만,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고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