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꾸준한 전략이 결국 승리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넥써쓰가 또다시 비트코인 매입에 나섰다. 이번에는 약 200만달러(약 28억원) 규모다. 회사 자산을 비트코인과 현금성 자산 5대5 비율로 운용한다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입은 장현국 대표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중장기 자산 운용 방침의 연장선이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매입을 이어간다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최근 SNS를 통해 "시장이 과열하거나 하락해도 50% BTC 트레저리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느리지만 꾸준한 전략이 결국 승리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단기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넥써쓰의 비트코인 매입 행보는 지속성을 보여준다.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3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매입을 결의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28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재무적 안정성 확보와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반영하는 재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넥써쓰가 벤치마킹하는 모델은 명확하다. 미국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2020년부터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본격화한 스트래티지는 현재 58만여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는 비트코인 매수 시점부터 지금까지 26배나 상승했다.
장 대표는 이런 성공 사례를 국내에서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한국판 스트래티지'를 만들어 비트코인을 리스크 헤지용으로 꾸준히 매입한다"며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가속화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넥써쓰의 트레저리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비트코인 매입을 넘어서는 통합적 접근법 때문이다. 장 대표는 '비트바스켓(BitBasket) 모델'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비트바스켓 모델을 적용해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활용, 각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100% 이상의 준비금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각국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에서 비트코인을 공통 담보로 활용해 여러 신흥국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각국 통화를 직접 담보로 관리하는 데 따른 기술적 어려움을 비트코인 200% 담보 구조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넥써쓰의 이런 행보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상자산 트레저리(DAT·Digital Asset Treasury)' 트렌드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비트맥스(옛 맥스트) 역시 올해 2월부터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채택해 꾸준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이 단순한 투자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헤지 수단이자 기업 자산의 다변화, 그리고 디지털 전환 이미지를 강화하는 복합적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은 기업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분기별 실적 발표 때마다 비트코인 평가손익이 주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장기적 관점을 강조한다. "비트코인은 이제 가치저장수단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며 "순차적인 트레저리 전략을 통해 재무적 안정을 확보하는 동시에, 비트코인의 장기 성장 잠재력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넥써쓰는 트레저리 전략과 함께 본업인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크로쓰(CROSS)' 사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게임 플랫폼 구축, 스테이블코인 확장, 비트코인 중심 재무 전략이라는 삼각 축을 통해 통합적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은 이제 초기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파라택시스코리아 같은 기업들도 기관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트레저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론도 제기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트레저리는 분명 새로운 재무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높은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상장사의 경우 주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넥써쓰의 실험이 '한국판 스트래티지'로 성공할지 아니면 높은 변동성의 희생양이 될지는 시간이 증명할 문제다. 다만 장 대표의 "느리지만 꾸준한 전략"이라는 철학이 과연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지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