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어 연내 '유니버스' 추가 수출 예고...신 성장동력 마련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국내 카드 시장의 수익성 정체와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됨에 따라 현대카드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자체 개발한 기술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으로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현대카드의 개인 누적 해외 신용 결제액은 총 2조8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뚜렷한 증가세로 지난 2023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4개월 연속 국내 카드사 중 해외 결제 1위를 지켜낸 기록이다.
현대카드가 해외 결제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글로벌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Apple Pay)를 도입한 것이 고객들의 해외결제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린 효과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아이폰 이용자가 현대카드를 애플 지갑에 등록하면 전 세계 주요 교통망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단순한 쇼핑이나 식음료 결제를 넘어, 교통 인프라까지 결제 범위를 확장하면서 해외여행객에게 실질적 '결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MTA)·영국(Transport for London)·호주(Transport for NSW) 등에서는 애플페이에 등록된 현대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스이카(SUICA)·파스모(PASMO), 프랑스의 나비고(NAVIGO)와 같은 교통카드 역시 애플 지갑에 선불카드를 등록한 뒤 현대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아울러 애플페이가 갖고 있는 뛰어난 보안성도 해외결제에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요소로 손꼽힌다. 애플페이의 경우 EMV 비접촉(컨택리스) 기반으로 작동하며 단말기 내 보안칩에서 생성되는 일회용 암호를 통해 결제를 승인한다.
이는 카드번호가 단말기나 서버에 저장되지 않아 카드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기술적 강점을 '해외에서도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환경'으로 적극 홍보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해외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일본 시장에서 전략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일본 제휴 서비스'를 별도로 론칭하며 일본 내 편의점·패션 편집샵 등 소비자 생활권에 가까운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대표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과의 제휴다. 현대카드 회원이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1000엔 이상 결제하면 앱에서 스탬프를 받을 수 있으며 일정 개수를 모으면 세븐일레븐 PB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단순 할인이나 캐시백이 아니라, 여행 중 자주 찾는 편의점에서 실질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도쿄 하라주쿠의 유명 편집샵 GR8과도 제휴해 5% 상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GR8은 젊은층과 패션 소비자에게 상징성이 큰 장소로, '여행 중 현지 문화와 소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접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세븐일레븐 제휴와 관련된 메시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국내 유일하게 현대카드와 손잡았다"면서, "일본 여행에서 편의점은 수시로 가게 되고 그 중 세븐일레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편의점"이라고 언급하며 이번 제휴의 의미를 직접 전했다.
현대카드의 글로벌 행보는 단순 소비자 혜택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카드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스미토모 미쓰이 카드(SMCC)와 수백억원 규모의 유니버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일본 시장 진출의 첫발을 뗐다. 유니버스는 고객 행동·성향 데이터를 태그 단위로 구조화해 초개인화 마케팅,·부정사용 탐지·여신 심사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로 일본 금융권은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엄격해 기술 검증(PoC)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현대카드는 수 개월동안의 실증을 거쳐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연내 유니버스의 추가 수출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현대카드의 글로벌 생태계 확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 시장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여신 규제 강화·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의 결제 플랫폼 확장 등의 복합적 압박 요인으로 이미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며, "제휴를 통한 해외 결제 확대 또는 기술 수출을 통한 성장 동력의 마련이 필수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