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열성경련시 소아응급실 찾아야
응급실 방문 후에도 상태관찰 필요
성묘·벌초 시 '쯔쯔가무시병' 감염 위험 ↑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전경./이소영 기자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전경./이소영 기자

|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 일주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에 야외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종 면역 및 응급 질환 발생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조언이 나오고 있다.

배우리 서울성모병원 소아응급실 교수, 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 추석 명절동안 조심해야 하는 질환과 대처 방법에 대해 정리했다.

◆ 소아 열성경련 15~30분 이상 지속…응급실 방문해야

아이가 주거지가 아닌 명절에 방문한 새로운 지역에서 갑자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부모의 불안과 긴장감이 높아지고 당황하기 쉽다. 이럴 때는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119에 연락하고 가까운 소아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영유아가 소아 응급실을 찾는 주요 원인은 발열, 복통, 구토 등 소화기 증상,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순이고, 손상으로는 낙상, 운수사고, 부딪힘, 중독이나 화상 순으로 빈번하다.

발열은 직장 체온 38℃ 이상인 경우다. 직장 온도가 가장 정확하나 검사 방법의 불편함 때문에 최근에는 고막 체온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확한 고막 체온측정을 위해서는 탐침이 귓구멍에 충분히 삽입돼 감지기가 고막과 마주 돼야 한다.

열이 날 때에 경련이 동반되는 ‘열성 경련’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열성 경련은 15~30분 이상 지속되면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곧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그 외에 3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38℃ 이상의 발열이 있는 경우, 발열과 함께 아이가 축 늘어져 활기가 없을 때, 발열이 4~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영유아라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 발열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명절에는 다양한 음식과 환경 변화, 장거리 이동 등으로 인해 소화불량, 알레르기, 안전사고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성묘에 갔다가 벌레에 물려 침이나 독이 남아있으면 제거하고, 호흡곤란 또는 얼굴이 창백할 경우 바로 119에 연락한다. 야외에서는 아이를 직사광선이나 차 안에 방치하지 말고, 얼굴이 붉어지고 축 처지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수분을 조금씩 마시게 한다. 아이가 낙상이나 사고로 다쳤을 때, 골절이나 목 또는 허리 부상 등이 의심되면 움직이게 하지 말고 119에 연락한다.

응급실 방문 후 집에 돌아온 뒤에도 아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에게 받은 처방약이나 치료 지침을 정확하게 따르고, 약 복용 시간과 용량을 지켜야 하며, 소아의 증상이나 상태 변화를 기록해 두면 추후 진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3개월 이하 영아가 열이 날 때 ▲반복되는 구토로 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해 소변을 8시간 넘게 보지 않아 탈수가 의심될 때 ▲호흡곤란, 청색증(입술이 파래짐)을 보일 때 ▲경련 발작을 보일 때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거나, 복통과 함께 창백함, 축 처짐, 반복 구토, 피가 섞인 대변이 동반될 때 ▲외상·골절·머리손상으로 의식 저하, 계속되는 두통, 구토, 경련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배우리 교수는 “연휴 전 방문할 지역의 응급실, 당직의료기관 연락처와 위치를 미리 확인하면 빠르게 대처하는데 유용할 것”이라며 “아이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대처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믿고, 약 복용 및 위험 징후 등을 잘 숙지하는 것이 위급한 상황으로 악화되는 상태를 막고, 아이가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쯔쯔가무시병 증가…합병증 조심

가을철 성묘와 벌초 그리고 단풍 놀이 등으로 야외 활동이 증가하며 ‘쯔쯔가무시병’ 환자 역시 급증하는 추세기 때문에 예방 수칙에 주의해야 한다.

‘쯔쯔가무시병’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벌레’라는 뜻처럼, 진드기 유충을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병을 의미한다. 감염은 주로 풀이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를 물면서 이뤄진다. 농작업이나 벌초, 성묘, 도토리와 밤 줍기, 등산과 같은 일상적인 야외활동 중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에 감염된 뒤 보통 6일에서 18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는 갑작스러운 두통, 고열, 오한, 근육통, 피부 발진 등을 호소한다. 특히 환자의 약 90%에서는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 생기는데, 이를 가피(eschar)라고 한다. 

가피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허리, 복부 주름 등 피부가 얇고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하며, 쯔쯔가무시병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가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감별 진단이 어렵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드물게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이 동반되거나 수막염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신부전 등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야외활동 이후 두통과 발열, 오한 등 심한 감기 증세가 나타나거나 벌레에 물린 흔적이 확인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예방백신이 개발된 바 없어 진드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생활 속 예방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긴 팔, 긴 바지, 양말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고,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작업이나 활동을 마친 후에는 곧바로 샤워를 해 피부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하고, 착용했던 작업복이나 속옷, 양말 등을 즉시 세탁해야 한다. 또한 유행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발열이 나타나면 반드시 진드기 물린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혜진 교수는 “쯔쯔가무시병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이 늦어지면 뇌수막염이나 신부전 같은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고, 고령층에서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가을철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긴 옷을 착용하고, 귀가 후 바로 샤워와 세탁을 하는 등 예방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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