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독창적 담보 개발 ‘승부수’...보장영역 세분화·담보 정교화·관리 역량 관건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보험사들이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시장을 새로운 격전지로 보고 있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보험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 치매, 정신질환 등 세분화된 보장 영역을 공략하며 정교한 담보 체계 구축에 나섰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2025년 보험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2024년 53조5000억원, 2025년에는 55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 시장에서 2024년 수입보험료 중 약 49%가 보장성보험으로 구성됐다. 특히 신규 판매 기준으로는 60%에 달하며, 보장성보험이 보험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보장성보험 수입 보험료가 커지는 배경은 신 회계기준(IFRS17) 하에서 보험계약 이익이 CSM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CSM은 계약 기간 동안 나눠서 수익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장기 보장성 상품일수록 유리한 구조를 가진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CSM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건강·치매·정신질환 등 보장 범위를 확대한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단순히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넘어, 어느 담보를 얼마나 세밀하게 구성하느냐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한화생명은 신규 남성담보 특약 3종에 대해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6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특약은 ▲급여 특정 PSMA PET검사비용지원특약 ▲급여 난임 정자채취지원특약 ▲급여 특정 남성난임수술특약까지 총 3종이다. 해당 특약들은 모두 지난달 15일부터 '에이스H보장보험'에 탑재됐다. 특히 PSMA PET검사비용지원특약은 ‘시그니처H암보험’에도 탑재됐다.
KB손해보험은 건강 상태에 적합한 유병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종합 유병자 보험 라인업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초경증 유병자 시장을 겨녕해 ‘KB 탑클래스 3.N.5 초경증 간편건강보험’을 선보였다. 기존 단일 상품(KB 3.10.10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으로 운영되던 초경증 유병자 전용 상품을 3.6.5부터 3.10.5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통합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해당 상품은 최근 3개월 이내 질병 진단·치료·입원·수술 여부, N년 내 입원 또는 수술 여부, 5년 내 7대 질병(암,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간경화, 뇌졸중, 투석 중인 만성신장질환) 진단 여부 등을 계약 전 알릴 의무 항목으로 고지한다. 여기에 항암치료 기법인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비'를 탑재했다.
교보생명은 120여종의 특약을 통해 여성의 생애주기 변화에 맞게 특화보장을 강화한 '교보더블업여성건강보험 (무배당)'을 출시했다. 이에 더해 업계 최초로 여성암특정유전성유전자검사 특약을 선보였다. 난임치료, 자궁내막증, 하이푸, 맘모톰, 골다공증, 류마티스관절염, 요실금수술, 치매 등 생애주기별 대표 질환을 폭넓게 보장한다. 암다빈치로봇수술,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통합암진단 등 최신 암치료 보장도 강화했다.
이외애도 월 보험료 3만원 이상이면 제공되는 '교보New헬스케어서비스 여성특화형'은 3040 고객을 위해 업계 최초로 고위험임신, 난임치료로 종합병원 진료 시 간호사 병원동반 서비스를 탑재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최근 출시한 치매간병보험에서 레켐비 치료비 보장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 보장은 투여 횟수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1회 투여 시 200만원, 7회 이상 1000만원, 19회 이상일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흥국화재는 업계 최초로 '최경증 치매 치료비' 담보를 도입한 ‘흥Good 가족사랑 간편치매간병보험’을 선보였다. 흥Good 가족사랑 간편치매간병보험은 CDR 0.5점 수준의 초기 치매부터 보장하며, 최근 허가된 표적치매 치료제 '레켐비' 치료비를 최대 1000만원 보장하는 한도를 적용했고, 9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는 흥국화재가 치매 시장을 조기 단계부터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한화손보가 흥극화재의 배타적 사용권 만료 후 두 배 규모의 보장을 내놓으면서 치매 신약 치료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기존 보험에서 보장되지 않았던 정신질환 영역을 단계적으로 담보를 확대하고있다. 지난 5월에는 정신질환 보험 관련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후, 기존 보험의 사전 예방 기능 미흡 문제를 보완한 신담보를 개발·출시했다. 신담보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정신질환 단계별로 체계적인 진단·입원·통원 보장을 제공하는 ‘정신질환진단비’, ‘정신질환입원일당’, '중증정신질환통원일당' 등이다.
업계는 향후 보장성보험 시장이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담보를 개발하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IFRS17 제도 하에서는 장기·보장성 상품일수록 계약서비스마진(CSM) 축적이 유리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고령화 심화, 정신질환 유병률 증가 등 사회적 변화가 맞물리며 담보 다각화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사가 경증·정신질환·치매 초기까지 아우르는 담보 고도화를 통해 보장 체계 개발이 장기적인 수익성과 직결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일부 담보가 배타적사용권을 확보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보험사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서비스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형 보험사가 CSM 중심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하고 있어 중소 보험사는 더욱 빠른 담보 혁신과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의 성패는 더 이상 보장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며 "담보 차별화와 영업 추진력을 강화한 보험사만이 IFRS17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며 "보험사는 단순히 담보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역량, 가정 검증 역량, 자본 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