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3년 만에 영업이익률 67% '현금창출 머신' 성장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의 합병 소식이 연일 금융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국내 빅테크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빅딜'로 평가받는 이번 거래의 핵심에는 두나무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두나무의 지배구조는 공동창업자 체제를 근간으로 한다. 최대주주는 송치형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25.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공동창업자인 김형년 부회장으로 13.11%를 소유한다. 두 창업자가 합쳐 38.64%의 지분을 장악해 경영권을 확고히 하고 있는 구조다.
주목할 점은 3대주주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라는 사실이다. 카카오의 전략투자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10.59%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네이버의 경쟁사가 두나무의 주요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이어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4%) 등 재무적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의 지배구조는 창업자 중심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와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추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송치형 회장은 1979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충남과학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 다날에서 대체복무를 마친 후 컨설팅회사 이노무브를 거쳐 2012년 4월 두나무를 창업했다.
초기 두나무는 증권거래 정보 서비스인 '증권플러스'로 출발했다. 모바일 기반 증권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for 카카오'를 통해 핀테크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았고 이때 쌓은 금융 서비스 노하우가 후에 업비트 성공의 토대가 됐다.
2017년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비트렉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업비트를 출시한 게 전환점이었다. 업비트는 출시 직후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을 단박에 석권했고 현재 국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거래소로 자리매김했다.
두나무의 수익구조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전체 매출의 97% 이상이 업비트의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8019억원, 영업이익 5491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67%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이 18%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두나무의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은 15조3205억원에 달해, 창업 13년 만에 명실상부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두나무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수혜주"라며 "거래량에 따른 수수료 수익 모델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번 네이버와의 합병은 두나무가 그간 부딪혀온 규제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두나무는 그동안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시도했지만 '금산분리' 규정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또한 기존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 회사와의 협업을 꺼리는 관행적 규제인 '금가분리' 때문에 전통 금융권과의 연계도 어려웠다. 이번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은 이런 장벽을 정면 돌파가 아닌 우회하는 묘수다.
거래가 성사되면 지배구조는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순으로 형성된다. 두나무는 직접 금융사를 인수하지 않고도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통로를 통해 금융업 진입 효과를 얻게 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합병 후 지배구조 변화다. 두나무의 기업가치(15조원)가 네이버파이낸셜(5조원)보다 3배 높아 대략 3대 1 비율의 주식교환이 예상된다. 이 경우 송치형 회장이 보유한 25.5% 지분을 바탕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가 합병할 경우 송 회장이 네이버의 실질적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지분이 3.77%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는 네이버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명목상으로는 네이버가 두나무를 인수하는 구조지만 실질적으로는 송치형 체제가 네이버파이낸셜을 장악하고 나아가 네이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에서 기존 주주들의 동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에 투자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아직 기대 수익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두나무와의 합병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카카오의 입장도 복잡하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두나무 지분 10.59%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번 거래로 경쟁사인 네이버에게 핵심 자산이 넘어가는 셈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두나무 지분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 주주가 나올 경우 해당 지분을 매수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예상되는 반대주주 지분 매입 비용은 최대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선다. 양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네이버페이의 전국민 플랫폼과 업비트의 가상자산 인프라가 결합되면, 디지털자산과 전통 결제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더불어 송치형 회장은 궁극적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의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경험을 참고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