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편의·반려동물 안심 모두 고려해
글로벌 시장도 확장...‘스마트 케어’ 진입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펫가전’이 생활가전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애견·애묘인 사이에서 사치재로 인식되던 제품군이 이제는 중장년층의 든든한 소비 기반을 바탕으로 급격한 양적·질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은퇴 이후 경제적 안정성과 시간 여유를 바탕으로 한 50대와 60대 이상 반려인구가 펫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KB국민카드가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2만7000여개 반려동물 관련 가맹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이런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60대 이상 카드회원의 펫소비지수(PCI)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고 50대는 7.9% 증가했다. 이는 5%대로 추정되는 전 연령대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은퇴 이후 여가와 소비의 방향성이 반려동물로 이동하는 사회적 변화가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60대 이상 인구는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기준 120만명 수준으로 전체 반려인구 20%를 넘었다. 1인 가구 고령층에서 반려동물을 ‘가족 대체재’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생활용품을 넘어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지출 성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장년층이 주목하는 펫가전은 위생 관리, 건강 모니터링, 돌봄 보조 등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공간은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패브릭 가구, 반려동물의 방석이나 장난감 등에 생긴 얼룩과 냄새는 세탁이 어렵다. 비쎌 ‘스팟클린 하이드로 스팀 프로’는 95°C 고온 스팀과 17,000Pa 흡입력을 갖춘 반려동물 가정에 최적화된 청소기다.
반려동물의 실수와 각종 오염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곰팡이까지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세척, 스팀, 스팀워시 총 3가지 모드로 패브릭 가구부터 타일까지 다양한 소재를 청소할 수 있다. 7cm, 12cm, 다중 표면 브러시로 좁은 틈새부터 넓은 공간까지 꼼꼼하게 관리 가능하며 자가 세척 기능이 탑재돼 청소 후 호스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털 날림, 냄새, 공기 질에 민감하다. 공기질을 개선하면서도 반려동물의 특성과 생활을 배려한 전용 공기청정기도 있다.
LG ‘퓨리케어 AI 오브제컬렉션 에어로캣타워’는 캣타워와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제품이다. 반려동물의 털, 생활 악취, 미세먼지까지 제거해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반려묘 전용 청정 모드를 작동하면 반려묘가 좌석에 있을 때는 최저 소음으로 조용하게 운전하고 자리를 비우면 자동풍으로 공기를 빠르게 정화해 휴식 환경과 공기 질을 모두 고려했다. 좌석에는 체중계 기능이 탑재돼 LG ThinQ 앱을 통해 체중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목욕 후 반려동물의 털이 충분히 마르지 않으면 감기나 피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건조가 중요하다. 건조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적인 털 관리를 도와주는 드라이룸도 인기다.
넬로 ‘펫드라이룸’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바람으로 털어내는 에어샤워 기능과 털을 빠르게 말려주는 건조 기능을 갖춘 반려동물 전용 드라이룸이다. 트윈 팬이 360도 입체 바람을 형성해 건조가 어려운 부위까지 꼼꼼하게 말려준다. 측면 36개의 에어홀과 바닥 통풍 구조는 털 속까지 공기를 순환시켜 산책 후 붙은 먼지와 죽은 털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투명창 설계로 보호자를 볼 수 있어 반려동물의 불안감을 덜었다.
반려동물 미용실 방문이 쉽지 않거나 반려동물이 낯선 환경에 예민하다면 집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이발기도 있다.
조아스 ‘펫스팟 부분이발기’는 반려동물의 민감 부위를 깔끔하고 안전하게 다듬을 수 있는 부분 전용 이발기다. 반려동물 미용 전문가 및 관련 학과 교수진의 공동 연구로 완성된 제품으로 굵고 숱이 많은 털도 끊김 없이 정리해 준다. 미용 부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LED 라이트를 탑재했으며 생활방수 기능으로 물 세척이 가능해 위생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국내 펫케어 시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코트라 산업 분석 기준 올해 5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가전 제품군은 아직 시장 비중이 크지 않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15% 내외로 추정돼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성장 영역이다.
연령대별 지출 구조를 살펴보면 20·30대 소비자는 사료, 간식, 장난감 같은 소모품에 집중하고 40대는 보험과 위생용품에 관심이 많은 반면 50대 이상은 가전·서비스 지출 비중이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반려동물 산업 분석 자료에서도 50만원 이상의 펫 관련 고가 제품 구매 경험률은 60대에서 21%로 가장 높았다. 이는 30대(14%)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며 ‘경제적 여유 있는 중장년’이 시장 확대 핵심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은 이미 ‘펫 테크’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고령화와 반려동물 돌봄 시장이 결합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펫 로봇, 건강 모니터링 웨어러블 등이 시니어 중심으로 성장해 오히려 효도 가전과 비슷한 영역으로 진입했다. 미국 역시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기 시장이 올해 2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그 중 시니어 소비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현재 펫가전은 위생·편의성 제공에서 벗어나 AI 센서, IoT 연동,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하며 ‘스마트 케어’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이후 출시될 신제품 중 상당수는 원격 모니터링, 질병 예측 기능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와 시간을 갖춘 중장년 소비자는 반려동물의 편의뿐 아니라 ‘함께 오래 건강하게 지내기 위한 투자’라는 가치관을 반영해 소비한다”며 “따라서 업계는 가전, 헬스케어, AI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펫가전을 ‘시니어 세그먼트’에 맞춰 전략적으로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종효 기자 sound@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