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이나라 기자
경제부 이나라 기자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롯데카드가 전사적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며 피해 차단에 나섰지만,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로 4만명 넘는 고객이 결국 카드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피해 우려로 인한 카드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대규모 대응이 이뤄진 덕에 회원 탈회는 전체 1% 수준인 1만5000명에 그쳤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해지와 탈회의 간극’은 단순한 수치 차이가 아니다. 카드 사용을 끊은 고객은 많았지만, 계정 자체를 없앤 탈회는 극소수에 그쳤다는 점에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탈 규모가 제한적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고객의 기대는 다르다. 대다수의 이용자가 카드 해지를 곧 탈회와 같은 효과로 이해한다. 카드를 없앤 순간 더 이상 해당 카드사와의 관계가 단절됐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간극이야말로 롯데카드에 남겨진 숙제라  할 수 있다.

297만명의 회원 가운데 9월 1일부터 23일까지 128만여 명이 재발급·비밀번호 변경· 정지 등의 보호조치를 취했다. 이 중 중복을 제외하면 전체 회원의 43%가 실제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 중 카드 재발급이 65만건이며 비밀번호 변경이 82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카드 해지가 4만2000건, 회원 탈회가 1만6000건이란 숫자는 고객의 불안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롯데카드 측은 “대표이사 주재로 전사적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해 고객 피해 제로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전액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보상이 아니라 신뢰다. 고객은 탈회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라도, 카드 해지를 통해 이미 ‘이 회사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다만 ‘해지’는 카드 사용을 끊은 것이고 ‘탈회’는 계정 자체를 없애는 결정이다. 해지가 탈회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았다는 사실은 ‘카드사는 못 믿겠지만 일단 지켜보겠다’는 소비자의 복잡한 심리를 대변한다. 이는 롯데카드에 남겨진 소중한 ‘유예’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보안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태도다. 이번 사건은 카드사 보안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동시에, 고객 신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롯데카드가 해지와 탈회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그리고 고객이 기대하는 ‘심리적 탈회’를 어떻게 막아낼지의 여부가 향후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는 금융권 전체에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사고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권 공통의 리스크다. 

한 번의 해지가 탈회로 이어지고 탈회가 결국 금융권 전반의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보안의 투명성 강화와 고객 신뢰 회복은 이젠 개별 카드사가 아닌 금융산업 전체의 책무라는 점은 잊지말아야 한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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