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만 6세부터 AI 교육 의무화···연간 8시간 이상 체계적 교육
한국, 29조원 사교육비 투입···여전히 의대 쏠림, 시대 흐름에 역행
AI 시대 핵심 역량은 창의성·공감능력·비판적 사고
/ai로 생성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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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인공지능(AI) 인재 경쟁의 무대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선두 질주에 나서고 있다. 만 6세 초등학생부터 ‘AI 의무교육’을 시작한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미래 인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의대 진학 쏠림과 암기식 교육에 묶여 국제 경쟁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 산하 1400여 개 초·중·고교에서는 이달부터 만 6세 학생들이 매년 최소 8시간 이상의 AI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챗봇 활용부터 AI 윤리 개념까지 배우며, ‘AI 초강대국’을 목표로 한 정부 주도의 인재 양성 전략이 본격 가동 중이다.

핀란드는 한발 더 나아간다. '현상 기반 학습'을 국가 핵심 교육과정으로 의무화했다. 특히 초등 저학년부터 '미 앤 마이시티'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의 경제·직업 생태계를 하루 동안 시뮬레이션하며 시민·소비자·근로자 역할을 직접 체험한다. 핀란드가 AI 원천기술의 대국은 아니지만, '기업가정신'이라는 가속기를 통해 외부 기술을 사업화하는 능력을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길러주고 있는 셈이다.

핀란드 역시 ‘기업가정신’을 저학년부터 심어주는 교육 혁신으로 중국과 발맞추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현상 기반 학습’을 통해 도시의 경제·직업 생태계를 직접 시뮬레이션하며 미래 사회 역량을 기르는 방식이다. AI 원천기술 강국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실패와 도전을 경험하며 사업화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모델로 평가된다.

세계 주요국이 AI 인재 혁명에 매달리는 사이 한국은 지난해 기준 29조2000억원을 사교육비로 쓰면서 대부분은 여전히 ‘암기 경쟁’을 위한 투자다.

특히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의사 면허’라는 확실한 안정성에 끌려 청년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며, 엔지니어와 창업 생태계로의 인재 유입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경희대 경영대학원 김상균 교수는 "사회 시스템이 엔지니어에게도 의사만큼의 안정성과 보상을 보장해 줘야 판도가 바뀐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엔지니어가 창업을 통해 성공하거나 기술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경로가 우리 사회에는 많지 않다"며 "한국도 이공계가 체감하는 안정성과 수익 경로를 정부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과 미국은 창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중국은 2015년 '대중창업·만중혁신'을 국정 아젠다로 격상하고,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 생태계와 창업 공간을 대폭 확충했다. 

AI 시대에 진짜 살아남을 인재는 누구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 곳으로 모인다. 결국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 창의성 ▲ 공감능력(감정 지능) ▲ 비판적 사고력이다. 이러한 역량은 암기나 반복 학습으로는 기를 수 없으며, 놀이와 경험 중심의 교육에서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제시한 'AI 인재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 역량 못지않게 AI 윤리, 인간 중심 문제 해결, 자기 주도 학습 등 주도성과 윤리성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이다. 한국교원대 연구진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AI에 대한 태도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AI를 '경쟁 대상'이 아닌, '협업 도구'로 활용하는 교육이 조기에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핀란드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핀란드처럼 만 7세까지 정규 교과 없이 놀이 중심 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이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도, 놀이를 통해 해마(기억), 편도체(감정), 전두엽(문제 해결)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져 장기적 학습 효과를 높이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상균 교수는 한국의 인재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엔지니어 안정성 패키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지자체·대기업이 함께 나서서 '공공-산업 프로젝트 레지던시'라는 2~3년짜리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에게는 공무원 수준의 고용 안정성과 주거비 지원까지 해주자는 구상이다.

특히 김 교수가 강조한 것은 이후 과정이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을 차릴 때 초기 매출을 국가가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창업 초기 수입이 없어 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아주겠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엔지니어들이 창업 후 당장 돈이 안 돼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안전망을 깔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핀란드식 기업가정신 조기교육을 초·중등 교육에 이식하고,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창업트랙을 정규교육에 넣어 학점과 급여를 함께 제공하는 인턴-벤처 트랙을 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학부 3학년부터 AI·반도체·로봇 등 10대 전략 분야에 집중하며, 실패 환류를 장려하는 국가 실패보험을 도입해 재창업을 촉진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이공계 대학원 장학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핵심은 엔지니어의 경력 곡선이 '연봉-안정성-사회적 위상'에서 의사와 유사한 기대치를 제공하도록 시장·제도 설계를 바꾸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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