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시간 단축·불필요한 부품 교체 감소 효과 기대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자동차의 전동화와 고급화가 맞물리며 '정숙한 주행 성능'은 소비자 평가 기준 중 핵심이 됐다. 엔진음은 물론 풍절음·노면 소음·진동 등을 얼마나 잘 억제하는지가 차량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이것이 현대차그룹이 남양기술연구소 NVH동에서 '로드노이즈 시험실'을 운영하는 이유다. 이곳은 아스팔트·콘크리트·험로 등 다양한 노면 패치를 적용해 실제 도로와 동일한 조건을 재현하고 주파수별 소음을 정밀 측정한다. 단순한 소리 계측을 넘어 소음·진동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부품 설계·소재를 개선해 근본적 해법을 찾는다.
이 로드노이즈 시험실을 서비스센터에 도입하면 어떨까. 정비 현장에서 소음·진동은 원인 규명이 가장 까다로운 영역 중 하나다. 소음·진동이 감지되는 지점과 실제 문제의 원인이 되는 부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내나 적재 공간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가 알고 보면 엔진룸이나 차체 하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미세한 진동은 서스펜션을 타고 증폭되거나 차체 패널을 거쳐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다.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불만을 제기하면 전문 테크니션은 시운전과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소음원을 추정하고 찾아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원인 규명에만 하루에서 길면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명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 추정되는 부품을 하나씩 교체해 가며 소음원을 찾아내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불필요한 부품까지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로드노이즈 시스템이 정비소에 도입되면 더 이상 전문 테크니션들이 원인을 직접 찾는 수고 없이 과학적인 정밀 분석으로 원인 규명이 가능해진다. 특정 속도·노면·조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즉시 재현하고 데이터 분석으로 문제 원인을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정비 과정이 투명해지고 불필요한 부품 교환도 줄어든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10×14m 규모의 무향(無響) 공간, 3D 스캔으로 제작한 노면 패치, 새시 다이나모 등 시설물 설치에만 상당 비용이 든다. 현대차그룹 연구원도 비용과 규모 문제로 서비스센터 도입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소형·모듈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주요 거점 공식 서비스센터에 로드노이즈 시스템 일부 기능의 도입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
소비자의 품질 평가의 최종 관문은 서비스센터다. 차량 정숙성에 대한 고객 요구가 높아질수록 서비스센터의 세밀한 기술적 분석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NVH에 관한 문제 역시 '경험'이 아닌 '과학적·기술적 분석'으로 해결해야 할 때다.
곽호준 기자 kh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