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AI 서비스에 주목…향후 AI 생태계 선도 가능성도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으로 새로운 옷을 입었다. 지난 23일 iOS용 카카오톡 앱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이번 업데이트는 기존의 단순 메신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중심의 종합 플랫폼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능을 대거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친구 탭의 인스타그램식 타임라인 전환이다. 사진, 게시글, 프로필 변경 내역이 피드 형태로 노출돼 기존 '가나다' 순 전화번호부 방식이 사라졌다. 사용자들은 각종 콘텐츠 게시, 공개 범위 설정, 타임라인 관리 등 SNS형 소통을 할 수 있다.
채팅 기능도 강화됐다. 메시지 24시간 내 수정, 채팅방 폴더링 기능, 읽지 않은 메시지 모아보기 등이 도입돼 업무, 개인, 기타 대화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AI 챗봇(카나나)과 챗GPT를 채팅에 내장해 10월부터 직접 GPT-5 기반 AI와 대화, 검색, 요약 등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보이스톡에도 AI 기반 음성 변환·요약이 들어간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프카카오 컨퍼런스에서 “오늘을 시작으로 카카오톡의 대화창은 더 많은 것이 실현되는 가능성의 창이 될 것”이라며 “‘카톡 해’라는 말은 이제 단순히 ‘메시지 보내’라는 뜻을 넘어 카카오 AI를 통해 더 큰 세상을 경험한다는 새로운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도전적인 변화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특히 친구 목록의 SNS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직장 상사 사생활을 보기 싫다”, “친구 찾기가 어려워졌다”, “불필요한 노출이 강요된다” 등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광고 크기가 커지고 피드 중간에 친구 게시글과 동일한 크기로 광고가 표시되는 등 광고의 비중이 증가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메신저로서의 기능적 심플함이 사라지고 대신 SNS 방식의 과도한 사생활 정보 노출, 광고 확대 등으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부정적 평가다.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경험(UX)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 환경(UI)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SNS에 익숙한 사용자들도 이미 개인 취향의 SNS를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메신저 앱에서 직장 상사와 SNS를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자동 업데이트를 차단하는 방법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으며 이미 업데이트된 이용자들이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묻는 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iOS의 경우에는 업데이트 이후 되돌릴 방법이 없지만 안드로이드는 이전 버전의 카카오톡을 수동으로 설치할 수 있는 apk 파일이 공유되고 있다.
이런 부정 여론 탓에 카카오의 주가는 업데이트 직후인 23일 4%가 빠졌으며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 5일 사이 12%가 폭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충격에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업데이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장기적으로는 카카오가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초기 사용자 불만이 단기 부진과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이러한 단기 충격을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인식했다. 오히려 AI와 챗GPT를 메신저에 본격 적용함으로써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메신저에서 AI 플랫폼 슈퍼앱으로 진화시켜 광고, 구독, AI툴 등 신규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카카오가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통해 AI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AI 자체 서비스와 외부 파트너 제휴를 통한 광고, 구독, 트래픽 수익모델 확장이 가능하고 자체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술 등 AI 생태계를 장악할 역량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의 이번 대개편은 메신저의 경계 해체와 차세대 AI 플랫폼으로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의 부정적 반응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증권가와 업계는 장기적인 시점에서 카카오의 구조적 성장성과 해외 확장 가능성, AI 수익화 모델 구현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된 지 아직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이용자들의 반응과 의견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