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7월 누계 인천항 중고차 수출 39만대...역대 최대
수출 80% 이상 처리...수출단지 ‘미운 오리’ 신세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 민간운영사 연속 중도 퇴출
IPA “원점 재검토”...업계 “수출단지 분산·특화 조성”
인천항에서 선적 중인 수출용 중고차./인천항만공사
인천항에서 선적 중인 수출용 중고차./인천항만공사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최근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물량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급증하고 있지만 열악한 배후 수출단지 인프라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운영 주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업계와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천항에서 수출된 중고 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39만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인천항의 지난 7월 중고차 수출 물량 6만3000대는 역대 월간 최대치인 지난해 12월의 5만대보다 25% 더 늘어난 수치다. 전국 중고차 수출량의 80% 이상을 처리하는 인천항은 연간 6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국내 중고차 수출 시장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 수출 중심 항만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인천항 배후 수출단지의 열악한 인프라는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업체 주도로 인천에 조성된 중고차 수출단지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위치한 중고차 수출단지에는 중고차 수출업체가 2023년 기준 1600개사가 입주했다. 하지만 화장실 등 기본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해외 바이어들의 불편 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이 영세한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보관료를 아끼려고 수출 대기 차량을 인근 도로변이나 무료 공영주차장에 방치하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수출단지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고 있다.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가 애초 철저한 계획하에 조성되지 않아 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출용 중고차를 보관하기 위한 구역이 중구난방으로 산재해 있어 인근 주민·상인들이 피해를 보는 현실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 연수구는 단속·계도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고차 수출단지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중고차 수출단지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천항의 관리·운영 주체인 인천항만공사(IPA)는 수년 전부터 인천남항 역무선부두 인근 항만배후부지에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 사업을 민자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인천항에서 수출용 중고차의 선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인천항만공사
인천항에서 수출용 중고차의 선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인천항만공사

스마트 오토밸리는 39만8155㎡ 규모의 부지에 총 4370억원(1단계 2480억원)을 들여 친환경·최첨단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송도유원지에 위치한 중고차 수출단지의 원활한 이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및 환경 오염 등을 방지하고 3년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중고차 수출에 맞춰 인천항 중고차 수출 물류기업, 영세한 수출업체들이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입찰을 통해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민간 업체가 자금난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사례가 수 차례 발생하면서 현재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달 초 IPA는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자인 카마존에 사업추진계약과 전용사용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카마존이 자기 자본 446억원의 추가 조달과 착공 신고를 최종 이행 시한인 지난달 말까지도 완료하지 못하자 IPA는 법률 검토를 거쳐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여기에 카마존은 IPA에 올해 3∼8월 토지 임대료 28억8000만원도 지난달 말까지 납입해야 했으나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IPA 관계자는 “내외부 협의 결과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 전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시 등 유관 기관과 협의를 거쳐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며 TF 구성 이후 사업 방식과 위치를 포함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사업 방식의 전반적인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중고차 수출업계는 위기에 처했다. 현재 인천시에서 수출단지가 위치한 송도유원지 일대의 개발 계획을 수립 중이어서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자리를 비워줘야 할 상황이다.

인천시의 개발 사업 착수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 오토밸리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통한 수출단지 이전으로 안정적 사업 기반을 염원했던 업계로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현재 IPA가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자 재선정을 위한 입찰을 할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만약 재입찰을 추진한다면 지금까지 나타난 민간 운영사업자의 중도 퇴출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하며 수출업체 등 사용자들과의 많은 소통을 통해 현실성도 갖춰야 한다” 말했다.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의 백지화 가능성과 관련해 박 회장은 “인천항 배후단지에 다른 부지를 마련해 기존처럼 20만평 규모의 단일 공간에 중고차 수출업체를 모두 수용하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5만평 면적의 수출단지 2~3개를 분산 조성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이것마저 어렵다면 인천항과 평택항 배후지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분할 조성함으로써 지역·단지별로 특성화하는 방안도 차악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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