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스케즈가 SSG 랜더스전 투구 중 힘들어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벨라스케즈가 SSG 랜더스전 투구 중 힘들어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의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다. 특히 붕괴한 선발진과 외국인 투수들의 연이은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22일 오전 기준 롯데는 65승 6무 66패(승률 0.496)로 6위다. 5위 KT 위즈와 더 이상의 맞대결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주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와 3연전이 사실상 운명을 좌우한다. 23일 울산에서 NC, 24일 대구에서 삼성, 25일 울산에서 LG 트윈스, 26일 부산에서 삼성과 차례로 맞붙는다. 이 가운데 NC와 삼성전은 포스트시즌 직행을 걸고 싸우는 ‘6위 롯데와 직접 경쟁팀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한층 긴장감이 크다.

문제는 선발 투수진이다. 롯데는 지난 19일 NC전과 2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나균안, 박세웅, 알렉 감보아, 박진, 이민석, 빈스 벨라스케즈가 모두 등판했다. 이에 따라 23일 NC전에 내세울 투수가 마땅치 않다. 박세웅이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기복이 심해 100%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을 선발로 올린 뒤 위기 시 불펜 총동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초반부터 총력전이 예상된다.

감보아(오른쪽)가 정보근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감보아(오른쪽)가 정보근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삼성과 두 경기는 더 큰 고민거리다. 선발 로테이션상 나균안과 감보아가 나서야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최근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나균안은 지난달 31일 두산전에서 타구에 맞은 이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감보아는 시즌 초반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9월 들어 3경기 12⅔이닝, 평균자책점 9.95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3일 5⅓이닝, 10일 4이닝, 20일 3⅓이닝으로 등판할수록 투구 이닝이 줄어들고 있다. 생애 처음 100이닝을 넘기며 체력적 한계가 드러난 것도 뼈아프다. 구속이 초반보다 줄어들며 위력적인 직구가 사라졌고, 타자들이 빠르게 적응해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롯데의 외국인 투수 교체는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까워졌다. 찰리 반즈와 결별 후 영입한 감보아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1점대로 활약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7승 7패 평균자책점 4.94로 급격히 추락했다. 벨라스케즈 역시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의 이력이 빛났지만, 국내 무대에서는 1승 4패 평균자책점 11.22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친다. 결국 선발에서 밀려 불펜으로 옮겼지만, 최근 경기에서도 연달아 실점하며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 /롯데 제공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 /롯데 제공

삼성은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면, 가을야구 진출을 사실상 확정할 수 있어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NC 역시 부상에서 돌아온 구창모를 롯데전에 내세우며 사활을 걸 태세다. 반면 롯데는 이민석 외에 믿을 만한 대체 카드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펜 과부하가 이어질 경우 남은 경기에서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7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롯데의 희망을 가를 전망이다. 붕괴한 선발진과 흔들리는 외국인 투수 속에서 롯데의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다가왔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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